너무도 강력한 스포일러가 존재하는 드라마 ‘정도전’이 끝을 향해 가열차게 달려가고 있다. 단 3회만 남은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은 정도전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으면서 마무리 될 예정. 결말이 뻔히 정해져 있는데도 그 과정의 면모는 흥미롭기 그지 없다.
지난 21일 방송된 ‘정도전’ 47회는 국본을 탈취하고자 거병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는 이방원(안재모 분)과 방원의 계획을 모두 알면서도 명나라로부터 자주 국방을 확립하고 강한 조선, 재상 정치를 꿈꾸는 정도전(조재현 분)의 대립이 그려졌다.
방원은 권력에 대한 탐욕이 생겨 미쳐날뛰고 있다. 모든 것을 알면서도 강한 조선의 대업을 이어나가기 위해 분주한 정도전은 일단 방원의 심복인 하륜(이광기 분)을 탄핵하며 거병의 싹을 밟아놨다. 그럼에도 방원은 여전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정도전은 요동정벌을 통해 명나라를 압박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상태.

잘 알려진대로 정도전은 방원이 일으킨 왕자의 난 때 방원의 이복동생인 이방석과 함께 죽음을 맞았다. ‘정도전’이라는 드라마 역시 신권으로 지배되는 나라를 꿈꿨던 정도전이 대업을 완성하지 못한 채 눈을 감을 예정. 이미 결말은 정해져있지만 이 대하 사극이 신통방통하게도 재밌는 것은 2014년 대한민국 현실 정치와 묘하게 닮은 조선 건국과 토대 마련 과정을 다루고 있기 때문.
역사책에 잠들어있던 역사를 현대 정치와 절묘하게 맞닿아 그리며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왕이 되기 위해 명나라와 손을 잡으면서도 조선 침탈을 막고자 경계하는 하륜과 방원의 복잡한 정치 계산은 그동안 ‘정도전’이 정치를 다루는데 있어서 치밀하게 풀어놓은 구성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치의 민낯을 다면적으로 그리며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높였다.
탄탄한 대본과 질질 끄는 맛이 없는 깔끔한 연출, 그리고 연기 경연의 장을 보는 듯한 명품 연기의 향연은 ‘역사가 곧 스포일러’인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 100% 알고 있을 결말의 ‘정도전’을 보게 만들었다. 대하사극 주 시청자인 중장년 남성 뿐만 아니라 젊은 시청자들까지 끌어안는 재밌는 전개는 이미 정해져 있는, 그리고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할지언정 빠져들게 했다.
한편 ‘정도전’은 단순한 킹메이커가 아닌 조선이라는 나라를 통해 신(新) 문명을 기획한 남자 정도전을 중심으로, 여말선초 격동의 시기에 조선을 건국하려는 사람들과 고려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치밀하게 담을 고품격 정치사극을 표방하는 드라마다. 총 50회로 기획돼 종영까지 단 3회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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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