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한대로 떠들썩한 거리 응원은 없었다. 대신 김제동의 집을 점거(?)해서 응원을 했다. 소박했지만 특별했다. 몸집이 많이 커져버린 ‘무한도전’은 거리 응원보다 서로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고 응원에 집중할 수 있는 김제동 집을 선택했고 이는 탁월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지난 21일 방송된 브라질 월드컵 특집 방송을 통해 브라질과 서울 곳곳에서 응원을 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담았다. 지난 18일 열린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를 응원하는 방식에 있어서 ‘무한도전’은 화려한 거리 응원은 배제했다.
광화문 광장 무대에 10분가량 올라 응원가에 맞춰 응원을 한 이들은 바로 김제동 집으로 이동했다. 거리 응원을 하면 행여나 인파가 몰려 안전 사고가 발생하고, 응원을 위해 길거리에 모인 붉은 악마들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움직일 때마다 인파가 모이는 것은 당연했다. 제작진은 치밀하게 사전에 이 같은 예측을 했다. 즐거움을 안기기 위한 예능프로그램이기에 불편함을 만들지는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무한도전’이 9년간 걸어온 길이었다.

멤버들은 김제동의 허락과 관계없이 그의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TV를 켰다. 경기 전 가장 먼저 한 일은 승부 예측. 그리고 이들은 빨간 응원복을 갖춰입고 경기에 집중했다. 선수들과 함께 뛰는 것처럼 기뻐했다가 안타까워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또한 경기에 대한 예측도 하고, 서장훈을 중심으로 긴장감을 해소하는 농담도 펼쳐졌다. 덕분에 마치 우리집 안방에서 경기를 보는 것마냥 친숙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응원은 소소했고 딱히 특별하진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평범했기에 그리고 친한 사람들과 함께 했기에 특별했던 응원이었다.
이근호가 첫 골을 터뜨렸을 때 함께 환호하고, 아쉽게 1-1 무승부로 끝나자 태극전사들을 다독이는 멤버들의 모습은 굳이 거리 응원이 아니더라도 월드컵 열기를 전할 수 있었다. 떠들썩하고 화려한 대형 거리 응원을 해도 흥미로웠겠지만 파급력과 영향력에서 남다른 몸집을 가진 이 프로그램은 소박한 방식을 택해 ‘깨알 재미’를 유발했다.
괜히 잡음이 나오고 준비한 것과 달리 재미가 떨어질 수 있는 거리 응원 대신에 이 프로그램을 통해 외로움의 상징이 된 김제동, 그것도 다른 프로그램 촬영차 브라질로 떠난 그의 집을 점거해서 응원을 하는 것은 ‘무한도전’다운 기상천외한 웃음 형성방식이었다.
현지 응원을 하고 있는 정준하, 노홍철, 정형돈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하는 손예진이나 정형돈과 정준하와 비슷하게 생긴 붉은 악마를 보며 깜짝 놀라는 지상렬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웃음이 터졌다. 굳이 일을 크게 키우지 않아도(물론 브라질 응원은 대형 프로젝트다) 월드컵 분위기에 맞춰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안길 수 있었다.
한편 ‘무한도전’은 오는 28일 방송에서 남은 멤버들이 브라질로 떠나는 모습과 알제리전 응원 현장을 공개할 예정이다.
jmpyo@osen.co.kr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