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징악으로 막을 내린 tvN 드라마 '갑동이'가 배우 이준의 발견이라는 값진 결과를 받아들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일탄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갑동이'가 지난 21일 방송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가운데, 가수 이준이 아닌 '배우' 이준의 발견을 남기며 많은 이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것.
이준은 극 중 갑동이의 카피캣, 류태오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류태오는 카페 바리스타로 살아갈 만큼 겉보기엔 평범한 훈남이지만 실상은 살인마 갑동이를 자신의 영웅으로 생각하며 그의 살인을 따라 모방범죄를 저지르는 인물. 특히 극과 극을 오가는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이준이 제대로 소화해내며 '갑동이'가 방송되는 내내 시청자들의 많은 호평을 받았다.

이준이 분한 류태오는 그리 쉽지만은 않은 캐릭터. 평범한 사람과 사이코패스를 오가야 하는 이 캐릭터에서 이준은 때로는 여심을 홀릴만한 부드러운 미소로, 때로는 보는 이들을 섬뜩하게 만드는 소름 끼치는 미소로 다양한 매력을 발산했다.
자신이 갑동이 카피캣이 밝혀지기 전, 그는 치료 감호소에서 만난 오마리아(김민정 분) 앞에서 한없이 순진무구한 얼굴을 하며 보는 이들을 소름 돋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세 번째 목표를 살해할 때 역시 소년 같은 미소로 피해자의 경계심을 푼 뒤 그를 살해했다.
사이코패스 류태오를 연기할 땐 순수했던 미소가 섬뜩한 미소로 변했다. 누군가를 살해할 때도, 하무염(윤상현 분)을 가지고 놀 때도, 진짜 갑동이(정인기 분)를 이겼다는 쾌감을 느낄 때에도 류태오의 미소는 섬뜩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미소를 가지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냈다는 점. 순수하건 섬뜩하건 입꼬리를 올리는 미소라는 점은 변함이 없었고 그 미소에 담아내는 표현력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 이준에게 극찬을 보내는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미소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른 눈빛도 시시각각 변했다. 표정 연기 뿐만 아니라 대사 처리도 다른 배우들에 견줘도 손색 없을 정도였다.
극 후반부가 될 수록 보이는 류태오의 심리 변화도 그는 잘 그려냈다. 오마리아를 향한 감정, 그리고 이와 함께 변해가는 신념, 생각들은 이준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며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아직 이준은 '가수'의 이미지가 강하다. 연예계 생활을 연기로 먼저 시작하긴 했지만 대중에게 '이준'이라는 이름을 알린 것은 엠블랙이라는 가수 활동이 컸기 때문. 게다가 그리 많은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이준이라는 배우를 발견한 것이 무엇보다도 '갑동이'가 주는 값진 의미가 아닐까 싶다. 이미 영화 '배우는 배우다'를 통해 연기력을 입증받은 그이지만 영화보다 훨씬 대중적인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그가 앞으로 영화계와 방송계를 주름잡는 20대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trio88@osen.co.kr
'갑동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