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2인이 마지막까지 주인공을 압도하는 존재감으로 작품을 장악했다.
지난 4월 11일 첫선을 보이고 6월 21일 총 20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 tvN 드라마 '갑동이'(극본 권음미, 연출 조수원)는 스릴러에 멜로를 결합시킨 트렌디한 복합 장르를 표방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이어진 'OO찾기'를 비롯해 다양한 복선, 수위높은 잔인한 사건과 장면, 몰입을 돕는 BGM, 강약을 조절한 호흡 등을 활용해 높은 퀄리티를 완성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조수원 감독과 '로얄 패밀리'의 권음미 작가의 호흡은 배우 윤상현, 김민정, 성동일, 김지원의 연기를 통해 힘을 얻었다. 여기에 '갑동이' 카피캣 류태오(이준 분), 작품 중후반부 정체가 밝혀진 진짜 '갑동이' 차도혁(정인기 분)의 사이코패스 악역 연기는 합격점을 훨씬 웃도는 관심과 호평을 이끌어내 작품에 날개를 달았다.

이준의 연기는 탁월했다. 영화 '닌자어쌔신'을 시작으로 '배우는 배우다', 드라마 '아이리스'로 이어지는 필모그래피는 '갑동이'를 통해 그를 진짜 '배우'로 만들었다. 사이코패스 살인마 류태오는, 인간들의 감정에 흥미를 느끼다가도 돌연 광기어린 모습으로 되돌아오는 등 인간과 짐승, 그 양쪽을 수시로 오갔다. 류태오 캐릭터 자체가 지닌 매력도는 충분했지만, 이를 살린 건 분명 이준이었다.
류태오는 초반부터 하무염(윤상현 분), 오마리아(김민정 분), 마지울(김지원 분)과 모두 밀접하게 엮이면서 모든 이들과 상당한 '케미스트리(캐릭터간 호흡, 화학작용)'를 이뤄냈다. 심지어 진짜 '갑동이' 차도혁이 공개됐을 때도 휘둘리지 않은 채 극적 긴장감을 팽팽하게 이끌었다.
이준을 향한 평가가 일면 예견된 결과물이었다면, 정인기의 호평은 의외였다. 정체가 발각되지 않았을 무렵 극에 녹아들며 또렷한 색을 지우는 연기를 보였던 그는, 진짜 '갑동이'란 사실이 드러난 후엔 여러 사람의 가면이라도 쓴 듯 감정의 끝과 끝을 오가는 모습으로 보는 이를 섬뜩케 했다.

'권선징악'의 틀을 따른 듯한 모범적인 결말은, 악역인 두 사람을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죽지도 못한 채 철창에 들어가 종신형을 받은 차도혁은 그 안에서조차 살인을 멈추지 못한 채, 류태오를 교살해 허무한 죽음으로 인도했다. 살아남은 차도혁 역시 교도소 수감자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돌발적으로 목숨을 위협받는 등 험난한 향후 수감생활이 예고됐다.
새드였으나, 류태오로서는 최상의 결말이었다. 그토록 원했던 '살인을 멈출 수 있는 자유'를 얻었고, 소박한 바람대로 숨이 멎기 전 오마리아가 곁을 지켰다. 한 방울의 눈물도 흘려주지 않겠다고 마지울은 눈물을 쏟았다. 가족조차 찾지 않는 류태오의 명부전을 하무염-오마리아-마지울이 찾는 모습은 죽어서나마 외롭지 않게 된 그를 떠올리게 했다. "처음 생각했던 대로 결말이 진행됐다"는 제작진의 말처럼,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알량한 동정심으로 감싸안지 않은 결말은 옳은 선택이었다.
'갑동이'라는 타이틀롤을 놓고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경쟁했던 두 사람의 극중 모습처럼, 이준과 정인기의 팔딱대는 듯한 생명력 넘치는 연기가 다음 작품에서도 이어져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확고히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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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갑동이'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