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점점 무서워지고 있다. 전성기였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의 위력적인 구위는 아니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김병현(35, KIA 타이거즈)이 가진 경험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KIA 이적 이후 김병현은 줄곧 부진했다. 아직도 시즌 평균자책점은 9.88로 높다. 하지만 선발로 나선 최근 3경기를 놓고 보면 점차 개선되는 것이 눈에 띈다. 10일 광주 한화전에서 2⅔이닝 7실점(6자책)한 김병현은 15일 사직 롯데전에서 4이닝 3실점하며 부진을 씻지 못했으나 21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해 이적 후 첫 승을 수확했다.
소속팀의 선동렬 감독도 김병현의 달라진 모습을 칭찬했다. 선 감독은 21일 경기 직후 “김병현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며 매 경기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김병현의 피칭을 높게 평가했다. 김병현 자신도 “최근 공 끝이 나아진 것 같다”며 만족스런 반응을 보였다.

구위는 이만하면 타자를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이다. 빠른 볼의 최고 구속이 143km였고, 무엇보다 커브를 비롯해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적절히 배합한 것이 주효했다. 오심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면은 그동안의 경험이 준 자산이다.
올해 KIA는 마무리 캠프부터 부활을 다짐했던 송은범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다. 지난달 어깨 통증으로 1군에서 제외된 송은범이 사실상 시즌 아웃에 가까운 부상으로 빠져 선발진에 암운이 드리웠지만, 김병현은 팀이 송은범에게 가졌던 기대치만큼의 활약을 대신할 수 있다는 기대도 심어줬다. 최소 10승 이상을 기대했던 송은범의 이탈은 선 감독에게 큰 고민을 안겼지만, 김병현은 3번째 선발 등판 만에 선 감독의 걱정을 일부 해결해줬다.
양현종과 데니스 홀튼이 각각 평균자책점 3.51, 4.20으로 리그 6위와 11위에 랭크되며 원투펀치를 형성한 KIA는 나머지 선발투수들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지만, 김병현이 살아나면 무시할 수 없는 선발진이 된다. 클래스가 있는 김진우까지 지난해 수준으로만 해준다면 후반기에는 대반격도 노릴 수 있다.
김병현의 첫 승은 4강 추격에 대한 희망도 심어줬다. 3연승을 통해 KIA는 4위 롯데에 3.5경기차로 근접했다. 허약한 불펜과 브렛 필, 신종길 등이 빠진 타선이 약점으로 꼽히지만, 당초 송은범에게 기대했던 역할을 김병현이 대신해준다면 선발진만큼은 무시할 수 없다. 김병현이 첫 승의 기세를 몰아 팀을 더 높은 곳까지 올려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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