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로 막을 내린 tvN 금토드라마 '갑동이'(극본 권음미, 연출 조수원)에는 다양한 카메오가 등장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극중 진짜 '갑동이' 차도혁(정인기 분) 혹은 카피캣 류태오(이준 분)의 희생량으로 등장, 끔직한 결말을 맞았다.
반대로 '잔혹한 카메오'로 등장해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린 인물도 있다. 사이코패스 차도혁의 젊은 시절로 등장한 현우, 마지막 회에서 류태오를 잔인하게 살해한 '갑동이' 추종자 김신용(이승호 분), 그리고 첫회의 '묻지마 살인범'으로 등장해 시청자에게 '갑동이'란 작품을 각인시킨 배우 김준구가 바로 그 카메오들이다.
이들 중 잔인한 길거리 칼부림 장면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신인 배우 김준구를 OSEN이 합정동에서 만났다. 그는 강한 임팩트를 남겼던 자신의 카메오 출연신에 대해 "첫 데뷔 연기가 어리바리한 역할이었는데, 그 캐릭터를 벗어날 수 있어서 좋았다. 비록 살인마였지만 하고 싶던 액션연기를 할 수 있던 점도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준구 본인의 말처럼 SBS '기적의 오디션' 출신인 그는, 김준구 곽경택 감독의 영화 '미운오리새끼'(2012)의 주인공으로 파격 발탁되어 지나치게 순박한 낙만 역할로 대중에게 연기 첫 선을 보였다. 실제 자신의 모습과도 어느 정도 닮아있다는 낙만 캐릭터 탓에 연기 폭이 국한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는 게 그의 솔직한 고백.
"순박한 캐릭터를 벗고 이런 역할을 맡게 되어 기뻤어요. 준비를 더 철저하게 했죠. 밤을 새며 다크서클도 만들고, '묻지마 살인'에 대한 영상도 뚫어져라 보며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저지르나'를 고민하기도 했어요. 액션 연기라는 점도 좋았고, 악역이라는 것도 끌렸어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악역을 맡는 게 연기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거든요."

'묻지마 살인범'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만큼 김준구를 힘들게 했던 건 극중 하무염(윤상현 분)과 대치하던 건물 옥상의 난관 신이다. 인질을 붙잡은 채, 하무염과 난관에 마주 서있던 장면은 고층빌딩은 아니었으나, (이후 CG로 고층으로 변신) 실제 건물의 옥상에서 와이어 없이 촬영됐다.
"그 장면에서 옥상 난관에 서 있을 공간이 생각보다 좁았어요. 여고생 역할을 하는 배우를 잡은 채 그곳에 서있자니, 자꾸만 쓸데 없는 힘이 들어갔죠. 와이어도 없으니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감정 표현이 잘 될 수 있을지 걱정이 컸어요. 어색할까봐 방송 후엔 모니터도 제대로 못했어요."
영화 '미운 오리 새끼', Mnet 드라마 '미미', tvN 드라마 '갑동이'를 거친 그는 2014년 개봉 예정 영화 '기술자들' 에서 범죄자들과 맞서는 형사로의 변신을 준비 중이다. 다른 건 차치하고서라도, 그렇게 원했던 액션 연기는 해당 작품에서 원없이 하게 됐다.
"하고 싶던 액션을 이런 식으로 만난 건 운명이 아닌가 싶어요. '기술자들' 촬영장에서 '눈빛이 좋다'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미운 오리 새끼'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을 꼭 보여드릴게요. 기대해주세요."
미술교육과 출신으로 교생까지 다녀왔다는 그는 자신의 모습이 화면 속에 나오는 게 아직도 어색하다고 털어놓으며 멋쩍게 웃는다. 그러면서도 촬영 현장에서 감독의 OK '컷' 소리를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 말하는 걸 보면 또 천생 배우다. 그는 절반이 훌쩍 지나간 2014년의 목표로 배역 욕심보다는 다양한 연기 경험 쌓기를 꼽았다.

"처음부터 주연을 맡아 고민이 있었어요. 다양한 역할에 대한 경험을 못 쌓고 주연부터 시작해서 부담이 컸던 게 솔직한 제 마음이죠. 작은 역할도 좋은니 여러 작품을 해보며 각기 다른 캐릭터들을 겪어보고 싶어요. 본래 했어야 하는 일들을 이제서야 하는거라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요. 언젠가 다시 주연을 맡게 됐을 땐,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gato@osen.co.kr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