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기에서 최악의 실수를 저지르며 고개를 숙였던 러시아의 수문장 이고르 아킨페예프(28, CSKA 모스크바)가 자존심을 어느 정도 살렸다. 그러나 마지막 실점은 막아내지 못하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러시아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리우 데 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두 번째 경기에서 0-1로 졌다. 한국과의 첫 경기에서 1-1로 비기며 불안하게 출발한 러시아는 객관적 전력에서 조 1위로 평가되는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비교적 잘 버텼지만 후반 43분 오리지에게 결승골을 허용하고 패했다 . 벨기에는 오는 27일 열리는 알제리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16강 진출을 노린다.
파비오 카펠로 감독의 전술을 선수들이 비교적 잘 수행한 경기였다. 러시아는 일단 수비적으로 경기를 하되 역습 상황에서는 빠른 공격으로 벨기에를 괴롭혔다. 벨기에의 경기력이 생각보다 저조한 것은 있었지만 러시아가 잘 싸운 점도 있었다. 이날 러시아는 슈팅 숫자에서 13-10으로 벨기에에 우세를 점했고 예상 외로 점유율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벨기에가 간헐적으로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기도 했지만 러시아의 수비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그나세비치와 베레주츠키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 수비진은 벨기에의 측면 공격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잘 잡아내며 위협적인 찬스를 방지했다. 그리고 골문으로 향한 슈팅은 수문장 아킨페예프가 안정적으로 방어했다. 골키퍼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방어력은 물론, 수비진을 리드하는 모습은 아킨페예프가 원래 모습 그대로였다.
아킨페예프는 한국과의 첫 경기에서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다. 후반 23분 이근호의 중거리 슈팅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펀칭하지 못해 첫 골을 실점했다. 사실상의 자책골이었다. 아킨페예프도 벨기에와의 경기 전 “어린 아이들이나 할 실수였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이번 경기에 대한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마지막 실점을 막지 못했다. 후반 43분 아자르의 돌파를 막지 못했고 결국 아자르의 패스는 문전에 서 있던 오리지에게 연결됐다. 오리지는 아킨페예프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는 슈팅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아킨페예프는 경기 종료 직전 미랄라스의 일대일 상황에서 선방하며 분전했지만 결국 러시아는 벼랑 끝에 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아킨페예프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킨페예프가 알제리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선전하며 아픔을 완전히 털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