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알제리] 홍명보의 소극적 전술, 참패 불렀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23 05: 51

“기회가 올 때까지 선수들이 인내를 하고 경기를 운영해야 할 것이다”라는 홍명보 대표팀 감독의 말은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먼저 칼을 뽑아든 쪽은 알제리였고 한국은 전반 45분 내내 치명상을 입은 채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한국은 22일(이하 한국시간) 포르투 알레그레의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우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두 번째 경기에서 전반 알제리의 맹공에 무너지며 2-4로 졌다. 이로써 1무1패를 기록한 한국은 마지막 경기인 벨기에전에서 반드시 이기고 러시아와 알제리전 경기 결과를 봐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후반 경기력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전반 45분이 너무 뼈아팠다. 알제리는 이날 벨기에와의 첫 경기와 비교해 5명의 선수를 바꿨다.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라는 의지가 선발 라인업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예상했던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맞불을 놓는 대신 일단 경기를 팽팽하게 끌고 가겠다는 전략을 꺼내들었다.

경기 전 말대로 인내를 가지고 기회를 기다렸다. 중앙에 많은 선수들을 배치하며 알제리의 예봉을 막겠다는 전술적 움직임을 보였다. 알제리가 전반부터 많이 뛰었다는 점에서 잘 버텼다면 반격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알제리는 전반부터 맹렬하게 밀고 올라왔다. 사실상 전반에 모든 것을 끝장내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이런 알제리의 맹공에 한국은 전혀 대응을 하지 못했다. 선수들이 모두 수비 지향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공을 끊어내도 전방에 공을 받아줄 선수가 없었다. 역습 상황에서는 공격 가담 숫자가 적었다. 알제리가 비교적 모험적인 전술을 가지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쉽게 한국의 공격을 제어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결국 전반에만 3골을 얻어맞은 한국은 큰 부담 속에 후반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후반 일찍 손흥민이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한국은 어쩔 수 없이 전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결국 후반 17분 브라히미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는 빌미가 됐다. 따라잡기에는 전반의 전술 및 개인의 실수가 너무 컸다. 뒷걸음질한 홍명보호가 벼랑 끝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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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 알레그레(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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