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의리 발탁’으로 논란을 만들었던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국민들과의 의리는 지키지 못했다. 알제리전 승리에 대한 국민적 염원에 보답하지 못했다.
한국은 22일(이하 한국시간) 포르투 알레그레의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우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두 번째 경기에서 2-4로 졌다. 사실상 전반에 승패가 갈렸다. 한국은 알제리의 맹공에 몰리며 3골을 허용했다. 반면 전반 45분 동안 단 하나의 슈팅도 만들어내지 못하며 답답한 경기 양상을 이어나갔다.
이날 양팀은 서로 필승 의지를 내비쳤다.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서로 잡아야 하는 중대한 경기였다. 하지만 선발 라인업은 대비되는 점이 많았다. 알제리는 변화를 줬다. 공격에 3명, 수비에 2명을 바꾸며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겠다는 노골적인 의사를 드러냈다. 하지만 한국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러시아전 경기 내용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판단한 홍명보 감독은 러시아전 스타팅 11을 그대로 알제리전에 냈다.
하지만 기용에 일부 논란이 됐던 선수들은 홍명보 감독의 ‘의리’에 보은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박주영이었다. 최전방 원톱으로 출전한 박주영은 이날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공격보다는 수비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물론 전방으로 나가는 패스의 질 자체가 좋지 않았지만 박주영은 이날 단 한 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고 철저하게 묶였다. 오히려 박주영이 교체된 이후 공격이 잘 풀린 감은 있었다.
윤석영도 그다지 좋은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수비적으로는 큰 실수가 없었지만 공격에서는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알제리는 이날 공격적으로 나서 수비 뒷공간 쪽에는 많은 공간이 있었다. 하지만 윤석영은 전반 45분 내내 수비만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상대를 뒷걸음질치게 할 수 있는 과감한 오버래핑은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홍 감독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았던 홍정호 김영권은 네 골 모두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아쉬움을 남겼다. 상대의 빠른 침투를 전혀 막아내지 못했다. 컨디션이 그리 좋지 못한 듯 몸놀림도 가볍지 않았고 포지셔닝에서 큰 문제를 드러냈다. 역할 분담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정성룡은 두 번째 골 실점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코너킥 상황에서 공을 걷어내러 골문을 비우고 나왔으나 오히려 골문을 비운 대가를 톡톡하게 치렀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참패가 홍 감독의 선수 기용 논란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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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 알레그레(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