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다 뭉치지 않아도 시청자들은 즐거웠다. 또 다른 가능성을 입증한 셈이다.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보통 출연진이 다 함께 모여야 그들 사이의 시너지가 발생하며 보는 이들의 재미가 더 커지지만 '아빠어디가' 멤버들은 따로 여행을 하면서도 함께 할 때 못지 않은 즐거움을 줬다. 오히려 아빠와 아이들의 관계가 강조되며 이를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다.
지난 22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아빠!어디가?'(이하 '아빠어디가')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초저가 해외 배낭여행을 떠난 김성주-민율, 윤민수-후, 안정환-리환, 성동일-빈, 무인도로 여행을 떠난 정웅인-세윤, 류진-임찬형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아빠와 아이들은 늘 다 함께 여행을 떠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각개전투에 나섰다. 김성주 부자와 윤후 부자는 홍콩, 류진 부자와 정웅인 부녀는 무인도, 성동일 부녀는 상해, 안정환 부자는 일본 후쿠오카로 여행을 떠났다. 아빠와 아이 둘만의 오붓한 여행. 말은 아름답지만, 다함께 시골로 여행을 떠나는 기존 여행 방식보다 재미가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재미가 있었다. 아빠와 아이들 간의 관계가 강조되면서 아빠들의 관계, 아이들 사이의 관계에서 즐거움을 줬던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여러가지 다양한 상황들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초저가 해외 여행이라는 콘셉트 자체가 긴장감을 형성했고 이에 반응하는 아빠와 아이들의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졌다.
안정환은 장난감을 사달라는 아들 리환이의 성화에 두 손을 들었다. 아빠를 무서워하던 리환이었지만, 이제는 "아빠가 여행을 가자고 해서 온 것이 아니냐"며 자기 의견을 표현할 줄도 알게 됐다. 장난감을 사달라는 아들의 부탁을 마지못해 들어주면서도 자신을 닮은 마리오 장난감을 고르는 모습에 활짝 웃는 안정환의 '아들 바보' 면모는 웃음을 자아냈다.
또 여러 아이들 사이에서 다소 소극적으로 그려졌던 리환이는 편의점에서 혼자 척척 과자를 사고, 긴장한 상태로 아빠를 따라 여행을 하는 모습으로 한 뼘 더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성동일과 그의 딸 빈은 상해에서도 특유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왈가닥인 빈이는 시종일관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사고를 쳐(?) 아빠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아빠의 인내심은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 식당에서 끝났다. 빈이 손을 잘못 움직여 숟가락을 깨고 만 것. 성동일은 "그걸 왜 깨느냐"며 다그쳤고, 빈이는 아빠의 꾸중에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반전을 만들었다. 아빠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자신을 바라보는 딸의 귀여운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고 만 것. '아빠어디가'를 통해 관계가 한 층 더 성장한 아빠와 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규모로 모여 시너지를 발휘한 팀들도 남다른 즐거움을 줬다. 윤민수 부자와 김성주 부자는 홍콩에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로 웃음을 자아냈다. 능청스러운 흥정꾼 윤민수와 다정다감한 아빠 김성주의 매력이 강조됐다. 다소 어설펐던 정웅인 부녀, 류진 부자의 무인도 생활기도 그 어설픔 때문에 즐거움을 안겼다. 지난주 엉겹결에 낚시로 잡아 올린 물고기로 아이들의 실감나는 무인도 캠핑을 도왔던 아빠들은 이번주엔 다소 빈약한 폭죽 놀이로 아이들 뿐 아니라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폭죽을 터뜨리고난 후 두 가족은 동굴에서 함께 물을 구하며 모험심을 제대로 발휘했다.
이처럼 '아빠어디가'는 따로 여행을 가는 새로운 모험을 선택했고, 보기 좋게 성공시켰다. '아빠어디가'를 참고한 많은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는 때, 살아남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을 고민한 결과 중 하나라 풀이할 수 있다. 여전히 새로운 방식들을 실험하고 있는 '아빠어디가'가 또 어떤 가능성들을 보여주게 될 지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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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어디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