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 중계진이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알제리와의 2차전 해설을 마쳤다. 3사 중계진은 이날 전반전에서 세 골을 내준 대한민국 대표팀을 향해 한 마음으로 응원 하면서 따끔하게 질책도 하고 심판의 어이없는 판정에 함께 분노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에 위치한 베이라 히우 경기장에서 알제리와 조별리그 2차전을 펼친 가운데 MBC는 김성주 안정환 송종국, SBS는 배성재 차범근 차두리, KBS는 조우종 이영표가 중계를 맡았다.
이날 2-4로 패배했다. 1무 1패(승점 1점)를 기록한 한국은 골득실에서 밀려 H조 최하위로 떨어졌다. 전반전에만 내리 3골을 내주며 당한 참패였다. 후반 손흥민과 구자철의 골로 2골을 만회했지만, 아프리카팀 사상 첫 월드컵 4골의 기록을 알제리에 내줬다.

◆ 응원 “이제부터 시작이다”
러시아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에 희망을 걸었던 대표팀이 알제리전 전반전에서 특유의 조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선수들이 손발이 맞지 않았고 경기 리듬을 타지 못하다 결국 전반전에만 세 골을 허용했다.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중계진은 선수들을 향한 응원을 잊지 않았다. 안정환은 0-3으로 뒤진 상황에서 후반전이 시작되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차근차근 하면 된다. 선수들이 패기가 있고 젊기 때문에 리듬을 타면 무섭게 공격할 수 있다”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영표는 “알제리가 전반에 3골 넣었다면 우리도 후반에 왜 3골을 못 넣겠나”고, “이번 월드컵에서 많은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벨기에가 강한 건 인정하지만 축구장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선수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었다.
배성재는 후반 27분 구자철이 추가골을 얻어내자 “우리에게 아직 시간은 있다”며 “멋진 추가골이 나왔다”고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 분노 “몹쓸 짓 하고 있다”
한 경기에 경고카드 5개 이상 꺼내고 두 경기 당 한 번꼴로 퇴장지시를 했던 윌마르 롤단 주심이 알제리전에 배정돼 선수들의 주의를 요했다. 그러나 주심은 옐로카드를 꺼내야 할 때 꺼내지 않고 패널티킥을 줘야 하는 상황을 넘겼다. 이뿐 아니라 알제리 선수들은 할리우드 액션을 하며 경기의 흐름을 끊어 놔 중계진 뿐만 아니라 축구팬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전반 초반부터 한국 선수와 알제리 선수들의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진 가운데 칼 메자니가 한국영의 발을 차 심판이 반칙을 선언했다. 이에 안정환은 “발로 공을 차야지 발을 차면 안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알제리 진영으로 골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아이사 만디가 몸싸움을 하다 갑자기 드러 누우며 할리우드 액션을 취해 반칙을 얻어냈다. 안정환은 만디를 향해 “몹쓸 짓을 하고 있다”며 “왜 운동장에 눕냐. 집에 가서 침대에서 누우면 되지”라고 따끔하게 한 마디 했다.
또한 경기 말미 알제리 선수가 큰 부상이 아닌데도 갑자기 누워 시간을 끌자 “저건 피파에서 룰을 바꿔야 한다. 누가 봐도 파울이 아니고 아픈 게 아니다. 진짜 아프면 저렇게 얘기 못한다. 바로 일어나서 물을 마시고 있다”며 흥분했다.
차범근은 후반 추가시간 알제리 문전 앞에서 알제리 선수의 반칙을 넘어가는 심판에게 “왜 패널티킥을 안주냐. 이번 대회 주심과 부심들 문제가 있다”고 항의했다.
◆ 질책 “그라운드의 감독이 필요하다”
전반전에서 허무하게 세 골을 내줘 중계진은 선수들의 선배로서 가슴이 답답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응원도 응원이지만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2-4로 패한 경기인 만큼 이날 해설 중 가장 비중이 높았던 건 아무래도 질책이었다.
전반 26분과 28분 알제리에게 골을 허용, 순식간에 2점을 실점하자 안정환은 “안에서 대화를 많이 나눠야 하고 대화로서 풀어야 한다”며 “어려울 때 그라운드의 감독이 필요한거다. 모든 선수가 감독이라고 생각하고 서로 응원하고 격려해주고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 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또한 이청용이 혼자서 알제리 선수들과 몸싸움을 하며 뚫고 가려고 하는 것을 보고 김성주는 “너무 개인이 해결하려고 하면 안된다”고, 송종국도 “뚫고 나오는 것도 좋지만 체력적으로 봤을 때는 공을 패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표는 전반전에서 슈팅과 유효슈팅이 단 한 개도 없는 것에 대해 “전반 41분 동안 단 한 차례의 슈팅도 없었다”고, “상대가 잘하는 것보다 우리가 못하기 때문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범근은 구자철 선수가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자 “너무 계산하고 있다. 수비가 마크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슈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오는 27일 상파울루의 아레나 데 상파울루 스타디움에서 벨기에와 마지막 3차전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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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SBS, KBS 2TV 중계 화면 캡처/포르투 알레그레(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