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조] 홍명보호, 올림픽보다 못했던 '공간과 압박'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4.06.23 13: 10

'공간과 압박'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동메달을 따낸 홍명보호. 그러나 불과 2년 후 월드컵 무대에서는 그런 장점이 사라졌다.
한국은 23일(한국시간)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서 알제리에 2-4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1무 1패, 승점 1점으로 조별리그 통과가 불안한 상황. 자력진출은 일단 불가능해졌다.
2012 런던 올림픽서 동메달을 따낼 때 홍명보호는 '공간과 압박'이라는 모토로 상대를 압박했다. 세계적 팀들과 경쟁서 이겨냈다. 홈팀인 '축구종가' 영국도 꺾으며 기세등등했다. 그 결과 홍명보호는 숙적 일본을 꺾고 사상 첫 동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당시 한국이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칠 수 있던 것은 공간을 차지하고 압박을 통해 상대의 공세를 막아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서는 런던 올림픽서 보여준 모습을 전혀 나타내지 못했다.
1-1 무승부를 기록한 1차전서도 한국은 러시아의 페이스에 끌렸다. 수비적인 전술을 펼친 러시아에 측면을 완전히 내줬다. 중앙 돌파를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후반서 이근호(상주)가 투입되어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상대 골키퍼의 실수가 겹치면서 선제골을 뽑아냈다. 하지만 귀중한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상대적으로 개인기량에 의지하며 중원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알제리를 맞이한 2차전서는 의외의 플레이가 나왔다. 알제리가 공격적 축구로 변신한다는 의지를 피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방 압박은 잘 이뤄지지 않았다. 최전방 공격수를 시작으로 중원 장악을 맡은 기성용(스완지시티)와 한국영(가시와 레이솔)은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
러시아전서 보여줬던 강력함이 아니라 '샌님'처럼 알제리의 공격을 기다렸다. 중원에서 포어체킹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알제리의 공격은 원활하게 이뤄졌다. 설상가상 중앙 수비진은 흔들렸다. 부상으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닌 홍정호(볼프스부르크)와 파트너인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은 알제리의 빠른 스피드를 막아내지 못했다. 뒤로 물러서며 수비를 펼치니 공간을 내주고 말았다.
공간을 확보한 알제리를 상대로 압박을 가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오히려 알제리는 강력한 압박을 시도했다. 전반서 3골을 몰아쳤음에도 불구하고 압박을 펼친 것은 알제리였다.
런던 올림픽서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보여진 공간 창출과 압박은 정상급 무대서는 이뤄지지 않았다.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와 분명 수준이 달랐다.
러시아전과 달라지지 않은 전술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샌님'처럼 얌전한 축구는 알제리가 부담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알제리는 한국의 공간을 차지했고 압박에도 성공했다. 우리가 가진 장점을 상대가 발휘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장점을 내주면서 경기도 내주고 말았다. 마지막 벨기에전서 한국은 일단 승리를 거둔 후 나머지 팀들의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공간과 압박'이 흔들리며 한국도 알제리에 일격을 당하고 말았다.
10bird@osen.co.kr
포르투 알레그레(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