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말의 기대와는 달리 박주영(29, 아스날)이 도마 위에 올랐다. 2경기 연속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선발 출전이 답인가”라는 의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선발 과정부터 논란을 일으켰던 박주영은 이번 월드컵에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와 알제리전에 모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장했으나 제대로 된 슈팅조차 때리지 못하며 2경기 연속 중도 교체됐다.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면모를 선보였지만 박주영의 포지션은 공격수다. 득점에 관여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그렇게 본다면 박주영의 평점은 ‘0’도 아닌, ‘매길 수 없다’가 맞다.
홍명보 감독은 소속팀에서 전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박주영을 최종 엔트리에 발탁했다. 그리고 꾸준히 기회를 주고 있다. 박주영의 ‘한 방’을 믿고 있다. 지금까지의 득점을 기억한다면, 박주영은 대표팀의 공격수 중 가장 그 전제에 가장 가까운 선수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이다. 무턱대고 한 방을 기대하기에는 너무나도 경기력이 처져 있다.

박주영은 러시아와 알제리전에서 모두 후반 초반 교체됐다. 홍명보 감독이 꺼내든 첫 교체 카드는 박주영을 향했다. 러시아전은 체력 저하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후반 들어서자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알제리전은 상대 수비진 사이에서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역시 같은 수순을 밟았다. 선발 출전하는 선수가 후반 초반 체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당연히 감독의 전술 운영에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 아쉽게도 홍 감독이 그토록 믿었던 박주영이 ‘X맨’이 됐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하다. 박주영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는 게 두 경기에서 증명이 됐다. 체력은 물론 경기 감각도 떨어져 있다. 여기에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우리가 공격 일변도로 나설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이런 경기 양상에서 박주영이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힘과 높이로 상대 수비진을 괴롭히기도 어렵다. 전술적 활용폭이 좁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박주영을 선발로 고집할 필요가 없다. ‘서브 멤버’로서의 활용을 고려할 만하다. 선발만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서브 멤버들도 충분히 팀에 공헌할 수 있다. 당장 러시아전에서 골을 터뜨린 선수는 교체로 들어간 이근호였다. 실제 한국과 알제리와의 경기 전까지 이번 대회에서 15골이 교체로 들어간 선수들에게서 나왔다.
상대 수비의 체력이 떨어질 때, 혹은 박주영이 필요한 전술적 시점이 되면 해결사 역할을 기대하고 경기에 넣을 수도 있다. 팀에 최대한 도움이 되는 쪽으로 활용하면 된다. 다른 선수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벤치를 지키는 게 당연하다. 지금 대표팀에 거창한 발상한 전환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상식대로 하면 된다. 홍명보호에 필요한 것은 보편적 상식과 냉철한 상황 인식이다. 두 경기 시행착오도 뼈아팠다. 더 이상은 용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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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 알레그레(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