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의 흥미를 돋우기엔 아쉬움이 남는, 첫 술에 배가 고픈 첫방송이었다.
MBC '소원을 말해봐'는 지난 23일 오후 긴 여정의 첫 발을 내디뎠다. 강렬한 첫 장면이 시선을 끌었지만, 이후 궁금증만 자극하고 어딘가 부족한 내용들이 이어졌다.
첫 장면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피켓을 들고 5년동안 시위를 벌였다며 울부짖는 한소원(오지은 분)과 그런 그를 차갑게 내쫓는 송이현(유호리 분)의 신경전은 긴장감을 자아냈다. 영문 모를 표정으로 그런 소원을 지켜보는 강진희(기태영 분) 또한 흥미로웠다.

그러나 처음이 너무 강했던 탓일까. 이어진 내용들은 다소 부족한 느낌이었다. 이야기 전개상 꼭 필요한 과거 부분이었지만, 일일극의 짧은 시간 안에 단숨에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과거 부분에서는 소원이 5년 뒤 1인 시위를 하게 된 원인 장현우(박재정 분), 그와의 결혼을 준비하는 소원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왜 현우가 억울한 죽임을 당했으며, 이에 얽힌 로열 패밀리의 음모는 맛보기 정도로만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첫방송에서는 소원이 현우와의 결혼을 준비하며 겪는 시어머니와의 코믹한 갈등이 더 비중있게 다뤄졌다. 굳이 이 부분이 이토록 오랜 시간동안 그려져야했을지는 앞으로의 전개를 더 지켜볼 일이다.
이처럼 '소원을 말해봐'는 일단 2% 부족한 첫 방송을 마쳤다. 2회가 궁금하도록 몰아치는 막장도 없었고, 기발한 스토리 전개도 없었다. 그리고 이는 일일극의 짧은 러닝타임동안 만족스런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기엔 힘이 부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소원을 말해봐'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첫 장면에서 등장한 소원의 1인 시위는 앞으로 이 드라마를 이끌고 나갈 메인 이야기가 될 예정. 그가 왜 5년동안이나 시위를 벌였는지, 그의 남편이 왜 억울한 횡령죄를 쓰게 됐는지 등 시청자의 흥미를 돋울 만한 요소들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소원을 말해봐'의 첫 술도 분명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남은 시간과 기회가 많기에, 이 드라마가 사랑받는 일일극이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한편 '소원을 말해봐'는 불의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예비 남편의 억울한 누명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한 여자의 성공 스토리를 그린 작품. 오지은, 기태영, 유호린, 차화연, 김미경, 연준석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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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