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차'. 차우찬(27, 삼성)의 대표적인 별명 가운데 하나다. 2006년 프로 데뷔 후 오랫동안 투수조 막내였던 그는 선배들의 잔심부름을 도맡았다. 그래서 선배들은 차우찬을 '수퍼마켓 차'라고 부르다가 '수퍼 차'로 줄여 불렀다.
하지만 차우찬은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았다. 그는 "삼성 마운드가 워낙 탄탄하다보니 후배들이 1군에 쉽게 못 올라온다"며 위안을 삼았다. 그는 누군가 '수퍼 차'라고 부르면 반사적으로 몸을 돌린다. 선배들도 착하고 예의바른 후배 차우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수 밖에 없다. 투수조 모 선수는 "우찬이는 아주 특별한 후배"라고 표현하기도.
궂은 일은 마운드에서도 계속 된다. 차우찬은 올 시즌에도 전천후 투수로 활약 중이다. 이른바 '조커' 역할이다. "차우찬은 선발, 중간, 마무리 모두 가능한 최고의 투수"라는 게 류중일 감독의 말이다. 구위, 이닝 소화 능력 등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다.

벤치의 출격 명령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마운드에 올라 자신의 임무를 소화한다. 차우찬은 23일 현재 팀내 계투 요원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39⅔)을 소화했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과부하를 우려하기도 한다. 이에 차우찬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23일 마산 NC전을 앞두고 기자와 만난 차우찬은 "올 시즌을 앞두고 1주일에 3~4경기에 나간다고 마음 먹고 준비했었다. 많이 던지면 던질수록 더 좋다. 올 시즌 60경기 80이닝 정도 소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경기에 더 많이 나가고 싶다"는 게 차우찬의 말이다. 그는 "우리 중간 투수들은 다들 경기에 많이 나가고 싶어 한다. 그만큼 벤치에서 신뢰한다는 의미 아니겠나. 동료 투수들도 나를 많이 부러워 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안지만은 "올 시즌 차우찬이 홀드왕이 될 것"이라고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이에 차우찬은 "함께 잘 하면서 홀드왕은 (안)지만이형이 했으면 좋겠다"면서 "과거 (정)현욱 선배님도 그랬고 형들이 해마다 홀드를 많이 하는데 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한 게 정말 아쉬웠다. 그래서 홀드왕은 지만이형의 몫"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삼성 마운드의 든든한 조커 차우찬. 주축 투수들의 잇따른 부상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차우찬과 같은 전천후 투수가 존재하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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