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가장 아이러니한 할리우드 시리즈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6.24 11: 41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Transformers: Age of Extinction, 이하 트랜스포머4)가 본격 국내 극장가 여름 성수기를 열어제친다. '트랜스포머'는 일면 가장 상반된 감정을 주는 '특별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트랜스포머4'는 지난 23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베일을 벗었다. '지금까지는 모두 잊어라!'란 카피처럼 전 편보다 더 커지고 강도높은 스케일과 액션을 자랑하는데, 164분이라는 시리즈 최장 러닝타임 만큼 '때리고 부수는' 분량이 많아졌다. 
시사 후 관람평과 예비 관객들의 호기심이 뒤엉켜 벌써 온라인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그 안에서 보이는 이 시리즈와 팬들의 모습은 일종의 애증 관계처럼도 느껴진다. '시끄러운데 졸립다', '욕을 하더라도 우선 보고 싶고', '매번 실망하는데도 기대가 생기고', '기대가 안되는데 나도 모르게 예매하고 있다' 등의 반응은 상반된 가치가 공존하는 이 시리즈의 특징을 드러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리즈가 거듭할 수록 콘텐츠 자체의 노쇠함이나 피로도의 증가, 그것에 따른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모습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여름 폭격기'라고 부를 만한 흥행력이다. 1편(2007)은 744만여명(영진위 기준), 2편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2009)은 750만여명, 3편 '트랜스포머3'는 총 778만여명을 모았다. '아이들용 블록버스터'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그 영향력이 국내 극장가에 너무 크다.
작품 자체는 어디에다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평이 달라진다. 이번 편은 시카고를 무대로 펼쳐졌던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마지막 결전 그 이후의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 케이드 예거(마크 월버그)의 도움으로 깨어난 옵티머스 프라임과 그 앞에 나타난 위협적인 적 락다운의 추격전과 액션이 펼쳐진다.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하는 모습에 전율을 느끼거나 향수를 자극하는 로봇의 등장에 심장이 마구 뛰는 관객이라면 이번 편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듯 하다. 새롭게 창조된 로봇 갈바트론, 거대한 공룡 로봇 군단 다이노봇, 가공할 만한 공격력을 지닌 락다운의 등장은 분명 보는 이를 신나게 하는 구석이 있다. 새로운 오토봇 크로스헤어는 쌍권총을 휘두르고, 마초 스타일의 무기전문가 로봇 하운드는 인간적인 냄새가 폴폴난다. 로봇들은 때로 마치 인간들처럼 엑스칼리버의 전설을 떠올리게도 만든다. 많은 팬들이 트랜스포머들에게 개성을 부여하길 바라는데, 이번 편에서는 어느 정도 생생한 로봇들의 캐릭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스토리의 새로움이나 유기적 응집력, 블록버스터 이상의 사유를 바라는 관객들이라면 맞지 않는다. 특히 긴 러닝타임으로 인해 따라오는 군더더기 느낌은 지울 수 없고 후반부 홍콩신이나 리빙빙, 한경의 출연도 사족 같은 느낌이 있다. 한 마디로 인간 캐릭터는 불필요하다.
이번 편에서는 연인 대신 부녀가 중심인데, 새롭게 투입된 마크 윌버그가  딸 역 니콜라 펠츠와 함께 영화 '아마겟돈'을 연상시키는 애증의 부녀 관계를 보여준다. '아마겟돈'은 마이클 베이의 전작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한 면은 감독도 마찬가지다. "난 만화를 보지 않아서 잘 몰랐다. 그래서 처음에는 유치한 장난감 로봇 영화가 될 것 같아 '트랜스포머'의 영화화에 다소 회의적이었다"라고 말한 마이클 베이는 벌써 4편이나 만들었다.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마이클 베이의 감각에 회의감을 드러내는 팬들도 많다. 인터넷에 떠도는 'How to fix Transfomers'란 영상에는 '웃기게 만들려고 하지 말라'는 조언(?)이 있다. 마이클 베이 특유의 농담에는 실제로 '올드하다'라는 지적도 따른다. 이번 편에서도 끊임없이 농담이 튀어나오는데 순간순간 썰렁함이 감도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농담처럼 뒤따르는 말. '다른 감독이 영화를 찍게 할 것.'
3편까지 주연을 맡고 하차한 배우 샤이아 라보프 대신 새롭게 투입된 마크 윌버그는 어떤 면에서는 이 시리즈에 더 어울리는 주인공이다. 전작들에서 주인공 샘 역을 맡은 샤이아 라보프는 이 시리즈를 통해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사실 그는 취향에서 메이저 보다는 마니아 기질이 다분하다. '로우리스:나쁜 영웅들', '컴퍼니 유킵', '님포매니악' 등에 출연한 그는 실제로 자신이 블록버스터 안에서는 바보가 되는 것 같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영화 자체로는 평과 취향이 극명히 갈리더라도 폄하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사실 '트랜스포머' 1탄은 분명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계에 하나의 사건이 된 작품이었다. 망작과 수작, CG와 스토리, 기대와 실망이 이처럼 교차하는 영화가 있을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다크 나이트' 시리즈는 아니라는 것이다.
12세 관람가. 25일 개봉(미국 개봉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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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4'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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