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의 승리, 그리고 자신들에 대한 주위의 비판 여론 무마라는 두 마리 토끼를 향해 뛰었던 박주영(29, 아스날)과 정성룡(29, 수원)이 한 마리 토끼도 잡지 못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혹평을 받은 가운데 홍명보 대표팀 감독의 의중에 비상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홍명보호 부동의 전방 공격수인 박주영과 수문장 정성룡은 지난 23일 열린 알제리와의 조별리그 H조 두 번째 경기에서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 알제리 수비진 격파의 선봉에 선 박주영은 제대로 된 슈팅조차 때리지 못하며 빈약한 공격 공헌도를 보였다. 정성룡은 두 번째 실점 당시 공을 걷어내기 위해 뛰쳐나왔으나 이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가뜩이나 팬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던 상황에서 이 경기에서 부진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해외 언론들도 나란히 혹평을 내렸다. 영국의 는 정성룡에 대해 “재앙과 같은 경기력”이라며 양팀 통틀어 최하 평점인 4점을 줬다. 5점을 받은 박주영에 대해서는 “(그라운드에서) 끌려 나갔다”라며 부진한 경기력이 교체의 사유가 됐음을 지적했다.

독일의 역시 두 선수에 대해 나란히 좋지 않은 평점을 줬다. 이날 키커 평점에서 가장 좋지 않은 평점을 받은 한국 선수는 중앙 수비수 홍정호로 5.5였다. 그 다음으로 저조한 선수로 지목된 이들이 박주영 정성룡 김영권으로 평점 5였다. 1부터 6까지 평점을 매겨 낮을수록 좋은 활약을 의미하는 키커 평점에서 5 이상의 평점은 경기력이 매우 좋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선수가 경기에서 부진할 수도 있다. 매 경기 잘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가뜩이나 비난 여론에 부담을 가진 선수들이 더 위축될 여지가 있는 경기였다. 쉽게 바꾸기 어렵다는 것도 고민이다. 정성룡은 골키퍼다. 토너먼트에서 골키퍼를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결단이 아니다. 포백과의 호흡에 문제를 드러낼 수 있어서다. 부상 등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웬만하면 그냥 밀고 나가는 것이 골키퍼 포지션이다.
박주영은 대표팀 복귀 이후 홍명보 감독의 구상에 항상 이름이 올라 있었던 선수다. 대체자들이 있긴 하지만 믿음이 워낙 굳건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의리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까지 박주영을 뽑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홍 감독의 구상 속에서는 아직 활용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 설사 선발로 뛰지 않더라도 어느 시점에서는 투입할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을 공산이 매우 높다.
다만 반대 여론도 분명 존재한다. 대안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여론이다. 정성룡의 대체자로는 김승규가, 박주영의 대체자로는 이근호 김신욱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대표팀에서의 비중이 적었던 선수들이다. 출전 자체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여건이다. 특히 이근호 김신욱은 교체로 출전해 박주영보다는 좀 더 나은 공격적 공헌도를 선보였던 기억이 있다. 이근호 김신욱이 박주영보다 나은 선수라는 말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는 더 팀에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홍심이 움직일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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