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굴욕’ 한국, 실낱 희망 붙잡을 수 있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24 13: 11

자력으로 16강 진출을 불가능하다. 아쉬운 일이지만 확률은 분명 희박하다. 하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남아 있는 확률이라도 붙잡을 수 있다.
한국은 23일 알제리와의 조별리그 H조 두 번째 경기에서 2-4로 힘없이 무너졌다. 전반 45분에만 3골을 먹으며 주저앉았다. 수비는 알제리의 빠른 속도에 자동문처럼 활짝 열렸고 공격은 슈팅 하나 때려보지 못하는 등 무기력했다. 한국축구 역사상 최악의 45분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었다.
16강 가능성도 덩달아 희박해졌다.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1-1로 비길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하지만 내심 ‘1승 상대’로 여겼던 알제리전에서 오히려 무너졌다. 벨기에가 2연승으로 달려주는 최고의 시나리오가 펼쳐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부족으로 동아줄을 잡지 못한 꼴이다. 이제 한국에게 남은 시나리오는 딱 하나다. 벨기에전에서 무조건 이기고 하늘의 뜻을 기다려야 한다.

확률은 희박하다. 벨기에전에서 이기고, 러시아가 패하지 않아야 하는 두 전제조건이 모두 성립되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골득실까지 따져야 한다. 넘어야 할 산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미 스포츠전문채널 ESPN의 자체 예측프로그램인 SPI의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SPI가 예상한 한국의 벨기에전 승리 가능성은 고작 11%다. 무승부도 21%에 불과하다.
반대쪽 경기 양상까지 종합, SPI가 예상한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0.8%다. 알제리의 63.8%, 러시아의 35.4%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같은 1무1패에 몰린 일본(3.8%)이나 이란(12.5%)에 비해서도 적다. SPI의 통계는 “한국은 기적이 필요하다”라는 것을 대놓고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설사 지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패배가 필요하고 후회 없는 경기가 필요하다. 어쩌면 팬들이 바라는 것도 그것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 있는 벨기에지만 어차피 16강 진출이 확정된 상황이라 100% 전력, 100% 동기부여는 아닐 공산이 크다. 허점이 있다.
최대한 빨리 알제리전 패배 후유증을 수습하고 벨기에에 맞는 맞춤형 전술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벨기에의 상황이 바뀐 만큼 그에 맞는 구상을 원점에서 재논의할 필요도 있다.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월드컵이다. 한 경기라도 가벼이 여길 수 없다. 20년 전 성적으로 회귀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도 투지와 자존심을 보여줘야 한다. 한편으로는 그 월드컵 무대를 그토록 갈망했던 축구판의 모든 동료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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