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조] ‘최저 연봉’ 에레라, 멕시코 구세주로 우뚝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24 14: 58

미겔 에레라(46) 멕시코 대표팀 감독의 연봉은 약 2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출전국 감독 중 가장 적은 보수를 받는다. 그러나 연봉 대비 효율성은 최고라고 할 만하다. 이 열정적인 감독은 위기의 멕시코 대표팀을 구해낸 구세주가 됐다.
멕시코는 24일(이하 한국시간) 크로아티아와의 조별리그 A조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중반 마르케스, 과르다도, 에르난데스가 릴레이 골을 터뜨린 끝에 3-1로 이겼다. 이로써 멕시코는 2승1무(승점 7점)을 기록하며 브라질에 이어 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패한다면 탈락하는 상황이었지만 침착하게 경기를 이끌어간 끝에 시원한 승리를 따내며 환호했다.
멕시코는 이번 대회까지 6회 연속 16강에 진출한 저력의 팀이다. 16강 진출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불과 시간을 8개월 전으로 돌려보면 짜릿한 역전승에 비할 수 있을 정도로 극적인 드라마다. 북중미의 맹주를 자처했던 멕시코는 지역예선에서 탈락할 위기까지 몰렸다. 미국이 파나마를 잡아주지 않았다면 플레이오프 티켓을 얻을 수 없었다. 몰락에 가까웠다.

대표팀은 내홍에 시달렸다. 부진한 성적에 감독이 줄줄이 잘려 나갔다. 지역예선 막판 불과 6주 남짓한 시간 속에 네 명이나 감독 타이틀을 달았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정작 멕시코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으면 약속이라도 한 듯 부진했다. 그 가운데 등장한 이가 바로 에레라 감독이다. 클럽 아메리카의 2013시즌 우승을 이끈 에레라 감독은 뉴질랜드와의 플레이오프에서 2전 전승을 기록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그리고 2년 계약을 맺었다.
겨우 팀에 산소 호흡기를 달기는 했지만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고민은 여전했다. 월드컵까지는 1년의 시간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현역 시절 터프한 풀백으로 이름을 날렸던 에레라 감독은 뚝심 있게 팀을 개조하기 시작했다. 확실한 전술 구상이 중심에 있었다. 뉴질랜드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잘 아는 클럽 아메리카 소속 선수들을 위주로 경기를 운영했지만 평가전에서는 필요하다 싶은 선수를 불렀다. 감독과의 인연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한동안 대표팀에서 떠나 있었던 베테랑 라파엘 마르케스가 다시 확고한 수비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활약상이 썩 좋지 못했던 유럽파 선수들도 곳곳에서 무게를 잡았다. 여기에 국내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 그리고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들을 적절히 조화해 하나의 멕시코를 만들어냈다. 공격적인 5-3-2 전술을 바탕으로 자신의 전술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선수들로 팀을 짰다.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런 멕시코는 이번 월드컵에서 순항하고 있다. 거의 완벽한 조직력과 왕성한 기동력을 바탕으로 16강에 올랐다. 브라질과의 경기에서도 무수한 기회를 내주기는 했으나 브라질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역습으로 뒷걸음질만 치지는 않았다. 그간 30번의 유럽팀과의 월드컵 경기에서 단 7승에 그쳤던 멕시코는 유럽팀 이상의 일사분란한 조직력과 기동력으로 크로아티아를 잡아내기도 했다.
멕시코의 경기 내용은 에레라가 추구했던 방향이 옳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수비진은 클럽 아메리카 소속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일사분란한 조직력을 선보이고 있으며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팀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있다.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을 중용하는 것도 눈에 띈다. 멕시코의 간판 공격수 중 하나인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는 세 경기 모두 교체로 들어갔다.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다는 이유였다. 오히려 에르난데스는 교체로 들어가 번뜩이는 움직임으로 ‘조커’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멕시코 언론은 이제 그런 에레라를 ‘구세주’라고 부른다. 하지만 에레라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16강에 안주하지 않고 끝까지 가보겠다는 의지다. 멕시코는 자국에서 열린 1986년 대회 때 8강에 간 뒤 지금까지 한 번도 16강을 돌파해보지 못했다. 크로아티아전 때 득점 상황마다 선수들과 격한 세리머니를 해 화제를 불러 모았던 에레라의 화끈한 액션이 계속 이어질지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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