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차례의 월드컵을 자기 대륙으로 가져갔던 유럽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의 반란이 눈에 띄는 반면 유럽의 팀들은 하나둘씩 짐을 싸고 있다.
유럽은 매 월드컵마다 최대 지분을 차지하는 대륙이다. 이번 월드컵에도 전체 32개국 중 13개국이 유럽축구연맹(UEFA) 소속이다. 그러나 브라질 월드컵은 악몽으로 기억될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금껏 남미 대륙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한 유럽은 이번 대회에서 그 징크스 탈출을 노렸다. 그러나 정작 우승후보로 손꼽혔던 팀이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가 하면 대다수 팀들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며 고전하고 있다.
지난 대회 우승팀은 스페인은 이미 탈락이 확정되며 대회 최고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네덜란드에 1-5로 졌을 때까지만 해도 가능성은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경기에서 남미의 복병 칠레에게 0-2로 지며 탈락이 결정됐다. 칠레에 치명상을 입은 셈이 됐다. 전 대회 우승팀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이번 스페인의 사례까지 다섯 번 뿐이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도 남미팀에 당한 패배가 탈락으로 이어졌다. 이탈리아와의 첫 경기에서 진 잉글랜드는 ‘사생결단 매치’로 불렸던 우루과이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접전 끝에 1-2로 무너지며 탈락이 확정됐다. 잉글랜드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1958년 스웨덴 대회 이후 무려 56년 만의 일이었다.
첫 월드컵 출전이었던 F조의 보스니아-헤르고체비나는 아르헨티나와의 첫 경기에서 1-2로 아쉽게 졌고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는 오심 폭탄까지 맞은 채 허무하게 탈락했다. A조의 크로아티아는 브라질, 멕시코라는 아메리카 대륙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특히 사실상의 조 2위 결정전이었던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1-3으로 완패 당하며 유럽의 주름살을 깊게 했다.
나머지 팀들도 아슬아슬한 팀들이 많다. C조의 그리스는 1무1패로 저조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16강 진출이 가능하다. E조에서는 프랑스가 선전하고 있지만 조 2위가 유력했던 스위스가 위태하다. 역시 온두라스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이기고 에콰도르가 프랑스에 이기지 못해야 16강에 합류할 수 있다.
G조는 포르투갈이 고전이다. 독일과의 첫 경기에서 0-4로 대패를 당했고 미국과의 경기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 간신히 동점골을 뽑아내며 말 그대로 기사회생했다. 가나와의 최종전에서 이겨도 독일과 미국 경기 결과에 따라 탈락할 수 있다. 포르투갈의 생사를 쥐고 있는 팀이자 스페인이 탈락한 상황에서 유럽의 간판이 된 독일 역시 가나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2-2로 비기는 등 행보가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다. H조는 벨기에가 16강 진출을 확정지었으나 러시아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럽 소속 국가 중 16강 진출을 확정된 팀은 3팀(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뿐이다. 이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팀은 독일 정도고 이탈리아, 러시아, 포르투갈, 스위스는 지면 탈락이라는 점에서 마지막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16강에 진출한 UEFA 소속 팀은 10개였다. 이를 생각하면 브라질의 광활한 영토에서 유럽이 허우적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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