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내가 해야 하는 것이다".
한화 4번타자 김태균(32)은 지난 24일 대전 롯데전에서 짜릿한 끝내기 홈런으로 역전승의 주인공이 됐다. 4-5로 뒤진 9회 1사 1루. 김태균은 롯데 마무리 김승회의 4구째 몸쪽 낮게 들어온 142km 직구를 제대로 잡아당겨 비거리 120m 좌중월 끝내기 투런 홈런 한 방으로 경기를 끝냈다. 시즌 9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5번째 끝내기 홈런이었다.
팀의 2연패 탈출을 이끄는 결정적인 한 방으로 영웅이 된 김태균. 하지만 그는 담담히 그라운드를 돌았다. 덕아웃의 모든 선수들이 나와 김태균을 얼싸 안으며 기뻐했지만, 정작 김태균은 가벼운 미소만 지어보였다. 과거 끝내기 홈런을 쳤을 때에는 두 팔을 번쩍 들며 기쁨을 표시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동료들의 축하 세리머니에도 김태균은 감정 표현을 자제했다. 짜릿한 끝내기 홈런이지만 응당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경기 후 김태균은 홈런의 기쁨보다 전날 병살타에 대한 아쉬움을 말했다. "병살은 누구나 칠 수 있다. 난 병살을 잘 안 치는 편인데 어제(23일) 병살은 중요한 상황에 나와 아쉬웠다"는 게 김태균의 말. 22일 대전 LG전에서 2-4로 뒤진 8회 1사 1·3루에서 초구에 유격수 병살타를 친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팀의 간판타자로서 팀 패배에 책임감을 느낀 것이다.
끝내기 홈런도 작심하고 친 것이었다. 볼카운트 1B2S에서 김승회의 직구가 몸쪽 낮게 잘 들어갔지만 제대로 노리고 들어온 김태균의 배트에 걸려 담장 밖으로 넘어갔다. 그는 "주자가 1루에 있으니까 2루타 이상 큰 장타를 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배트 중심에 잘 맞아 홈런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끝내기 홈런이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다. 당연히 내가 해야 하는 것이다. 하나 잘 쳤다고 해서 방방 뛸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나는 이렇게 해야 하는 선수다. 내가 잘 나서 그런 게 아니다. 팀에서의 위치를 생각할 때 이렇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는 게 김태균의 진심이다. 김태균은 프로야구 최고 연봉 15억원을 받는 선수이고,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잘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아무리 잘해도 '당연한 것'이라면 부담이 크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반까지 홈런이 잘 나오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김태균은 "나도 모르게 조급증이 있었다. 어떻게든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윙에 힘이 더 들어갔다. 잔뜩 힘만 들어가니 스윙도 제대로 안 됐다"며 "팀 성적이 안 좋아 그런 부담감이 컸다. 근우, 용규, 인성이형이 오며 부담을 나눴다. 내가 힘을 덜 써도 된다. 힘이 빠지니까 좋은 타구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힘을 빼고 치는 타법으로 홈런을 본격적으로 양산하고 있다.
김태균은 올해 56경기에서 타율 3할6푼2리 79안타 9홈런 52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6월 15경기 타율 3할9푼3리 7홈런 20타점으로 불방망이를 과시하며 4번타자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연일 영양가 만점 홈런을 치고 있지만 그는 "난 이렇게 해야 하는 선수"라며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끝내기 홈런도 '당연하게' 쳐야 할 선수, '한화의 심장' 김태균이 마음을 굳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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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