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최초 노히터’ 찰리, 장수 요소 모두 갖췄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6.25 06: 48

NC 다이노스의 외국인 선수 찰리 쉬렉(29)은 처음부터 주목받던 선수는 아니었다.
지난해 아담 윌크, 에릭 해커와 함께 NC 유니폼을 입었을 때도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전무했고, 지난 2007년 드래프트에서 23라운드까지 가서야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지명을 받았을 정도로 찰리는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는 소리 없이 강한 투구로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11승 7패를 기록한 찰리는 2.48의 평균자책점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찰리 덕에 NC는 1군 첫 시즌부터 기존 구단을 둘이나 제치고 7위로 선전했다.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찰리가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찰리의 활약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강화된 팀 전력에 힘입어 6승 3패로 지난해보다 더 많은 승수를 기대할 수 있고, 지난 24일 잠실 LG전에서 노히트노런에 성공해 평균자책점은 2.99로 내려갔다. 지난해보다는 높지만 리그 상황을 감안하면 여전히 뛰어나다. 리그 전체에서도 2점대 평균자책점은 찰리가 유일하다. 당연히 이 부문 1위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재계약에 성공하는 외국인 투수들은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3년 이상을 가는 선수는 흔하지 않다. 대체로 3년을 한 팀에서 생활할 정도로 꾸준했다면 장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뛰고 있는 각 팀의 외국인 선수 중 한 팀에서 3번째 시즌을 맞이했거나 그 이상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선수는 3명(더스틴 니퍼트, 앤디 밴헤켄, 쉐인 유먼)이 전부다.
이들은 기량도 뛰어났지만, 팀에 녹아들었기에 오래도록 팀과 함께할 수 있었다. 특히 두산에서만 4년째로 현존하는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오래 한국 무대를 경험하고 있는 니퍼트는 사재를 털어 정기적으로 소외계층 아동들을 돕는 선행도 할 정도로 타에 모범이 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찰리 역시 훌륭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 전날 대기록을 달성한 직후 “노히트노런은 나뿐만 아니라 팀의 성과다”라고 했을 만큼 찰리는 자신의 기록을 도운 동료들에게 감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찰리의 언행은 단순히 우리말 한 두 마디를 따라할 줄 알고 매운 음식을 잘 먹는다고 해서 ‘한국형 외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마운드 위에서는 강하고, 동료들과 팬들에게는 부드러운 선수라면 구단도 재계약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누구에게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튀는 행동 없이 조직에 잘 적응하고 자신의 역할을 100% 수행하는 찰리는 분명 장수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의 요소를 두루 갖춘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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