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우루과이] ‘퇴장 악몽’ 이탈리아, 허무하게 대회 마감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25 02: 54

2006년 월드 챔피언이었던 이탈리아가 허무하게 대회를 마감했다. 퇴장 하나가 결과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항상 냉정한 모습을 보여주던 그들이었지만 이번 대회는 그렇지 않았다. 2회 연속 조기 탈락이라는 수모도 맛봤다.
이탈리아는 25일(이하 한국시간) 나타우의 에스타디오 다스 두나스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D조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36분 디에고 고딘에게 헤딩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졌다.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로 16강에 나설 수 있었던 이탈리아였지만 결국 최후의 시간을 버티지 못하면서 조별리그 탈락의 비운을 맛봤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2010년 남아공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비운 드라마를 썼다. 이탈리아는 2010년 당시 파라과이, 슬로바키아, 뉴질랜드라는 비교적 수월한 상대와 F조에 속했으나 승점 2점을 기록하며 최하위로 탈락했던 기억이 있다. 월드컵 통산 4회 우승에 빛나는 이탈리아가 2회 연속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1962년-1966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이탈리아는 신중하게 경기를 펼쳐 나갔다. 공격보다는 수비 쪽에 무게중심이 있었던 경기였다. 중원 사령관 피를로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잡아가면서 우루과이의 창끝을 미리 차단했다. 전반 45분이 끝난 뒤에는 부진했던 발로텔리를 빼고 미드필더 파롤로를 투입하면서 더 수비적인 전술을 썼다. 우루과이는 이런 이탈리아의 견고한 수비 조직을 뚫어내지 못하고 고전했다. 이탈리아의 경기는 재미가 없었지만 성적을 향해서는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최소한 지지 않겠다'라는 이런 이탈리아의 구상은 후반 14분 깨졌다. 핵심 미드필더 마르키시오의 퇴장 때문이었다. 마르키시오는 중원에서의 공 다툼 도중 아레발로에게 위험한 행동을 해 퇴장을 당했다. 오른발을 든 상황에서 아레발로의 무릎을 가격하는 장면이 잡혔다. 주심은 코 앞에 있었고 망설임없이 퇴장을 선언했다. 키엘리니는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주심에 따라 충분히 퇴장을 줄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이탈리아의 월드컵 퇴장은 2006년 마테라찌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에는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번 대회는 그렇지 않았다. 수적 열세에 몰린 이탈리아의 선택지는 사실상 수비밖에 없었다. 프란델리 감독의 전술적 역량도 발휘될 수 있는 여지가 사라졌다. 결국 경기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후반 36분 고딘에게 세트-피스 상황에서 결승골을 얻어맞았다. 결국 이탈리아는 또 한 번의 조기 탈락 수모를 맛봤고 마르키시오의 퇴장은 그 단초가 됐다.
이로써 이탈리아의 한 세대를 풍미했던 지안루이지 부폰, 안드레아 피를로 등의 선수들은 이 경기가 자신들의 마지막 월드컵 경기가 됐다. 부폰은 이번 대회까지 8차례 메이저대회에 출전해 로타 마테우스(독일, 9차례)에 이어 공동 2위 기록을 세웠으나 분전에도 불구하고 팀의 탈락을 막지 못했다. 이번 대회 후 대표팀에서 물러날 뜻을 시사한 피를로 역시 짝이었던 마르키시오의 퇴장이 한탄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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