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 알론소와 이케르 카시야스, 다비드 비야(이상 스페인) 그리고 팀 케이힐(호주) 프랑크 람파드와 스티븐 제라드(이상 잉글랜드), 그리고 안드레아 피를로, 지안루이지 부폰(이상 이탈리아)까지.
2014 브라질월드컵은 노장들의 무덤이라 불려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자국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에 참가한 많은 노장 선수들이 조별리그에서 눈물을 삼키며 물러났다. 조별리그 D조 최종전이 치러진 25일(이하 한국시간)까지 스페인과 호주, 잉글랜드와 이탈리아 등 총 8개 팀의 탈락이 결정되면서 베테랑 선수들의 쓸쓸한 퇴장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가장 먼저 월드컵 무대에서 퇴장한 이는 스페인 무적함대의 황금세대를 이끈 사비 알론소다. 52년 만의 월드컵 2연패, 그리고 메이저 대회 4연속 우승에 도전한 스페인은 이번 월드컵에서 호주와 함께 가장 빨리 탈락을 확정짓는 굴욕을 맛봤다.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알론소와 비야는 자신들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를 씁쓸한 기억으로 남기게 됐다. 아직 대표팀 은퇴 여부를 밝히지 않은 카시야스 역시 2경기 7실점이라는 굴욕적인 기록과 함께 대표팀 유니폼을 벗을 가능성이 크다.

또다른 아시아 대표로 월드컵에 참가한 호주의 케이힐 역시 아쉬움을 남기고 퇴장하게 됐다. 2006 독일월드컵부터 이번 브라질월드컵까지 3대회 연속으로 월드컵에 참가해 고군분투하며 사커루를 이끈 케이힐은 1차전 칠레전과 2차전 네덜란드전에서 연달아 골을 기록하며 16강 진출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2패를 당하며 마지막 월드컵에 고별인사를 건넸다.
D조에서도 베테랑들이 잇따라 눈물을 삼켰다. 25일 브라질 나타우 에스타디오 다스 두 나스에서 펼쳐진 D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우루과이전에서 무승부만 기록해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이탈리아는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의 퇴장과 루이스 수아레스의 '핵이빨'이라는 변수 속에 후반 36분 디에고 고딘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끝까지 승리를 위해 뛰었던 지안루이지 부폰과 안드레아 피를로는 경기가 끝난 후 말을 잃었다. 후반 추가시간 프리킥 상황에서 골문을 비워두고 달려나온 부폰도, 마지막까지 우루과이의 골문을 노렸던 피를로도 침묵 속에 그라운드를 떠났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 우승한 후 2010 남아공월드컵 때 조별리그에서 탈락,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에서 마리오 발로텔리, 치로 임모빌레 등을 앞세워 명예 회복을 노렸기에 충격은 더 컸다.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 될 브라질에서 16강은커녕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되풀이한 부폰과 피를로의 상처는 더욱 컸을 것이다.
같은 시간 0-0으로 끝난 잉글랜드 역시 고개 숙인 베테랑들의 팀이었다. 이번 대회 이후 대표팀 은퇴가 유력한 스티븐 제라드나 프랑크 람파드 역시 조별리그 무승(1무 2패)의 초라한 성적만을 남기고 월드컵 무대와 '아디오스'를 고하게 됐다. 월드컵 무대에서 유독 약했던 축구종가의 자존심을 되살리기는커녕, 은퇴를 앞둔 베테랑들의 자존심조차 회복하지 못한 아쉬움만을 남긴 셈이다.
노장들의 무덤이 되어가고 있는 브라질. 다음 경기에서는 또 어떤 팀과 선수가 탈락의 눈물을 흘리게 될지 알 수 없다. 공은 둥글고, 결과는 경기 종료 휘슬이 불 때까지 모르는 법이라지만 마지막 월드컵에서 아쉬움만 남기고 떠나게 된 각국의 베테랑들에게 브라질은 악몽의 땅으로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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