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국 프로야구에 노히트 노런이 다시 나왔다.
NC 우완 찰리 쉬렉은 24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전에 선발로 등판, 9이닝을 볼넷 3개만 내주면서 안타 없이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한국 프로야구 역대 11번째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2000년 5월 18일 송진우 이후 무려 14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앞서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던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기록들이 많다. 쌍방울 김원형은 1993년 4월 30일 OB를 상대로 만 20세 9개월 25일의 나이로 노히트 노런을 달성, 역대 최연소 기록을 세웠고 한화 정민철은 1997년 5월 23일 OB전에서 볼넷 없이 낫아웃 출루만 하나 허용해 아깝게 퍼펙트를 놓쳤다. 롯데 박동희는 1993년 5월 13일 쌍방울전에서 6회 강우콜드로 승리를 거두며 안타를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지만 정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현대 정명원은 1996년 10월 20일 해태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유일무이한 포스트시즌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여러 기록들이 있지만 가장 흥미로운 건 바로 장호연이었다. 장호연은 1988년 개막전인 4월 3일 롯데전에서 노히트 노런을 했다. 원래는 김진욱이 등판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외야 러닝훈련 도중 동료가 친 배팅볼에 가격당해 수술을 받으면서 장호연이 대신 마운드에 올랐다.
장호연은 9이닝을 안타 하나 내주지 않고 3사사구 무실점으로 롯데 타선을 잠재우고 프로야구 세 번째 기록달성의 주인공이 됐다. 장호연이 기록했던 노히트 노런은 굉장히 특이했는데 바로 탈삼진이 단 하나도 없었다. 삼진 0, 대신 투구수 99개로 역대 노히트 노런 가운데 가장 적은 투구수를 기록했다.
그가 달성했던 기록은 노히트 노런이 무려 284번이나 나왔던 메이저리그에서도 진귀한 축에 속한다. 메이저리그에서 탈삼진 없이 노히트 노런을 기록한 선수는 1900년 이후 단 두명 뿐이었다. 1923년 9월 5일 양키스 새드 샘 존스는 어슬레틱스를 상대로 실책과 볼넷으로 주자 두 명만 출루시켰을 뿐 안타 없이 9이닝을 틀어막았다.
또 한 명은 컵스 켄 홀츠먼으로 1969년 8월 20일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9이닝 3볼넷 무실점으로 생애 첫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 당시 애틀랜타에는 행크 애런도 있었지만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홀츠먼은 2년 뒤 또 한 번 노히트 노런을 달성하는데, 1971년 6월 4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볼넷 4개를 허용하고도 안타 없이 9이닝을 모두 마쳤다. 그 때에는 삼진 6개도 솎아냈다.
장호연의 기록이 귀한 이유는 투구수 100개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투구수 100개 미만 노히트 노런(퍼펙트게임 포함)은 12번 뿐이었다. 장호연의 '99구 노히트 노런'은 평소 그의 투구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선수시절 "공 3개 던져서 삼진을 잡는 것보다 1개로 범타를 유도하는 게 낫다"고 말해왔다.
자신의 말처럼 장호연은 여러 구종을 갖고 있는 투수였다. 직구 최고구속은 140km 정도였지만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투심, 싱커, 슬러브 등 다양한 공을 던졌다. 오죽했으면 한 타자를 상대하면서 같은 구종은 던지지 않는다고 했을까. 1988년 개막전 노히트 노런은 장호연의 투구철학이 집대성 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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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LG전에서 역대 11번째 노히트 노런을 달성한 NC 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