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그 숫자를 언급하기는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14경기만에 9승을 따낸 류현진(27,LA 다저스)의 어깨에 '20승 투수'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을지 기대해 볼 수 있을까.
류현진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벌어진 샌디에이고전 파드리스전에서 6이닝을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9승을 따냈다. 평균자책점을 3.06으로 끌어내렸고 올 시즌 10번째 퀄리티스타트이다. 시즌 9승 째를 따낸 류현진은 그레인키와 함께 팀 내 다승 공동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내셔널리그에서는 공동 3위를 기록하게 됐다.
현재 류현진의 승리 페이스는 무척 빠르다. 시즌 도중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나서는 경기에서는 승리를 챙기고 있다. 류현진이 승수를 쌓는 페이스는 작년과 비교하면 한 달 이상 빠르다. 올해 류현진은 14경기만에 9승을 따냈는데, 작년 9승을 거두기까지는 20경기가 필요했다. 2013년 9승을 거둔 날짜는 추신수와 맞대결을 벌였던 7월 28일 신시내티전(7이닝 1실점)이었다.

현재 승리 페이스는 좋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30경기에 정상적으로 마운드에 오른다면 류현진은 올 시즌을 19승으로 마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19승은 2006년과 2007년 왕젠민이 양키스에서 거둔 승수로 아시아 투수 최고 기록이다. 또한 우상인 박찬호가 2000년 거뒀던 18승을 넘어설 수 있다.
승운이 조금만 더 따른다면 대망의 '20승'도 바라볼 수 있다. 경기수가 많은 메이저리그에서도 20승은 특급투수로 인정받는 대기록이다. 작년 메이저리그에서 20승을 넘긴 투수는 맥스 셔져(21승,디트로이트) 단 1명만 나왔는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 상을 수상했다. 2009년부터 작년까지 5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20승 투수가 나온 건 모두 5명 뿐이었다.
승리는 투수만 잘한다고 달성 가능한 기록이 아니다. 부상 없이 건강하게 로테이션을 지켜야 하고, 팀원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즌 중 한 번쯤은 찾아오기 마련인 슬럼프도 극복해야만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시아선수 최초의 20승 투수 탄생을 기대하는 건 헛된 꿈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류현진이 이제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메이저리그 타자들과 상대하는 방법을 체득했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 류현진은 마치 한국에서 던지는 것 같이 편안해 보인다"고 말한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류현진은 오는 28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시즌 10승에 도전한다. 일찌감치 10승 고지에 오른다면 류현진의 대기록을 향한 행진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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