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배우를 팔색조라고 표현하면 극찬이다.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로 대중을 만나기에 천의 얼굴을 가져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 그런 점에서 배우 백진희는 20대 여배우로서 상당히 큰 경쟁력을 갖췄다. 올초까지만 해도 ‘기황후’에서 표독스러운 악녀를 연기했던 그는 이제 청순하면서도 씩씩한 캔디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백진희는 현재 MBC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에서 허영달(김재중 분) 곁을 지키며 그의 복수에 힘을 실어주는 여인 오정희를 연기 중이다. 정희는 어린 나이에 가장으로 생계를 책임지느라 여려보이는 외모와 달리 강단 있는 성격. 동네 건달이었던 영달에게도 할 말 다하고, 재벌 2세인 윤양하(임시완 분)의 구애를 단칼에 거절할 수 있는 내공이 만만치 않은 여자다.
영달과 양하 두 형제의 사랑을 받으면서 청순한 매력을 뽐내지만 속내는 단단한 외유내강인터라 흔한 ‘민폐 여주인공’과 달리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중이다. ‘기황후’에서 황제 타환(지창욱 분)의 사랑을 갈구하고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야망에 불타올랐던 타나실리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인 것. 불과 몇 개 월 사이에 악녀와 청순미녀 사이를 오고간 백진희는 연기를 통해 팔색조 배우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확실히 내렸다.

불쌍할 정도로 탐욕이 강하고 못된 짓만 골라하던 타나실리의 모습을 백진희에게서 찾아볼 수가 없는 것. 워낙 큰 인기를 누린 드라마이고, 백진희가 상당히 강렬한 연기를 했던 탓에 이렇게까지 금세 연기 변신이 가능할지 몰랐던 것. 사실 백진희는 ‘기황후’ 이전까지만 해도 동안인데다가 특유의 선한 외모로 착한 캐릭터를 많이 했다. ‘기황후’를 통해 이미지에 갇혀 있지 않으며, 동시에 배역을 가리지 않는 배우라는 것을 보여준 그는 ‘트라이앵글’을 통해 대중성과 연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배우로 발돋움했다.
현재 안방극장은 극의 나이와 관계 없이 30대 여자 배우들이 20대 남자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20대 여자 배우를 찾기 어렵고, 그나마 인지도와 연기력을 갖춘 배우는 아이돌 가수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20대 여자 배우가 상당히 귀하고, 발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태. 이 가운데 대중적인 호감도와 인지도, 게다가 연기력까지 갖춘 백진희의 부상은 다양한 드라마에서 팔색조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탄생했다는 점에서 방송가와 영화계를 반색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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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앵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