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윤가이의 실은 말야] 세계를 품은 걸그룹 소녀시대, 그 중에도 시원시원한 몸매와 재치 입담으로 인기가 좋은 멤버 수영을 품은 용자가 있으니 바로 배우 정경호다. 그래서 국내외 삼촌팬들을 질투의 화신으로 만들어버린 그가 실은 '수영 남친' 이전에 배우였다는 사실이 '새삼' 또렷해지는 요즘이다.
정경호는 지난 21일 첫 방송한 SBS 주말특별기획 '끝없는 사랑'을 통해 지상파 드라마로는 약 4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았다. 그는 지난 2012년 9월 전역 이후 영화 '롤러코스터'와 '맨홀', JTBC 드라마 '무정도시' 등에 쉼 없이 출연하며 꾸준히 활약했다. '롤러코스터'가 학교 선배이자 소속사 식구인 배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인 탓에 주목을 받았고 '무정도시'가 종편 드라마 중엔 썩 호평 받은 작품으로 꼽히기도 했지만 뭐랄까, 강렬한 '한 방'이 아쉽던 참이다.
그렇지만 정경호는 공백기를 털어낼 다양한 행보로 점차 연기 감을 찾은 끝에 결국 4년 만에 지상파 드라마의 주연으로 다시 찾아왔다. 입대 전 '미안하다 사랑한다', '개와 늑대의 시간', '그대 웃어요' 등 지상파의 다양한 미니시리즈 및 주말극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위신'을 복구한 셈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정경호는 올해 초 소녀시대 수영의 공식 '연인'이란 사실로 세간을 놀라게 했다. 사실 두 사람의 열애설은 지난해부터 잊을 만하면 꾸준히 터져 나오는 단골 이슈였기에 공식 인정을 당시 팬들의 충격(?)은 생각보단 덜했던 느낌이다. 그러나 소녀시대가 어디 웬만한 걸그룹인가, 전역한지 얼마나 됐다고 수영을 꿰찬 정경호에게 가재미눈을 뜬 소시 팬들,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을 테다.

이후 정경호는 툭하면 '수영 남친'으로 세간에 오르내렸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속 철부지 톱스타로 화려하게 데뷔, 걸작으로 꼽히는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열연하고 김윤석과 함께 주연한 영화 '거북이 달린다'로 충무로 블루칩으로 꼽혔던 배우의 이력은 잠시 잊혔다. 언론도 팬들도 '수영을 품은 용자'의 정체에 심취한 사이, 정경호는 칼이라도 간 듯 폭발적인 연기로 돌아왔다. 이 좋은 배우에게 붙일 수식어가 '수영 남친'이었다니, 지난 몇 달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정경호는 '끝없는 사랑'에서 격동의 시대를 사는 반항아 '한광철'로 분했다. 서울대를 다니는 수재 형 한광훈(류수영 분)의 연인이자 자신의 동창인 서인애(황정음 분)를 짝사랑하는 남자다. 형과 달리 공부엔 관심이 없고 주먹질을 일삼는 반항아지만 특급 의리와 순애보를 바탕으로 치열히 산다.
부친의 죽음을 둘러싸고 형과 마찰하고 정의롭고 사랑스러운 서인애를 지키고자 목숨을 걸고 덤비는 열혈 사나이. 2회에서 서인애를 구하려다 바다에 빠져 실종됐던 그가 세월이 흘러 3회에 확 달라진 모습으로 재등장할 예정이라 기대를 부른다.
1, 2회를 통해 확인된 정경호의 진가는 감탄을 자아낸다. 자신의 잘못으로 아버지(맹상훈)를 잃은 한광철의 애끓는 심정이나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움직이는 한광철의 복잡한 내면을 때론 거칠고 때론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 또 연심을 숨기고 서인애를 바라보는 애틋한 마음까지, 상남자와 로맨틱한 남자의 매력을 다채롭게 오간다.
정경호를 수식할 말은 다름 아닌 연기파다. 드라마 거장 정을영 감독의 아들로 주목 받았고 유전자 덕분인지(?) 데뷔 초부터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군 복무와 열애 뉴스로 잠시 잊었던 정경호의 정체는 수영 남친보다 정을영 아들보다 연기파 배우다. 미안했어요! 정배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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