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전과 3범’ 수아레스, 최소 2경기는 못 뛴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25 12: 40

루이스 수아레스(27, 우루과이)가 또 사고를 쳤다. 또 사람을 물었다. 그것도 전 세계 시청자들이 주목하는 월드컵 무대에서 저지른 일이라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수라큘라’는 중징계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최소 2경기는 못 뛴다. 규정이 그렇다.
우루과이는 25일(이하 한국시간) 나타우의 에스타디오 다스 두나스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D조 마지막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코스타리카와의 첫 경기에서 패하며 16강 진출 가능성에 먹구름이 끼었던 우루과이는 잉글랜드와 이탈리아를 연달아 잡아내며 역전 16강행을 이뤄냈다. 그러나 이날 응당 주인공 대접을 받아야 했던 우루과이는 찬밥이 됐다. 온통 관심은 수아레스에게 몰렸다.
무릎 부상을 딛고 복귀, 잉글랜드와의 두 번째 경기에 2골을 넣으며 팀의 기사회생을 이끈 수아레스였다. 그런데 이날은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방식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선제골이 들어가기 직전인 후반 33분경의 일이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수 지오르지오 키엘리니와 몸싸움을 벌이다 키엘리니의 어깨 부위를 이로 깨물었다. 거친 몸싸움에서 빈정이 상한 수아레스의 ‘보복’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키엘리니는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즉각 항의했다. 자신의 유니폼을 벗어 물린 부위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징계는 즉각 이뤄지지 않았다. 이 경기에서 유난히 휘슬이 잦았던 마르코 로드리게스(멕시코) 주심이 하필 이 장면을 지나쳐 수아레스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못했다. 심증은 있어도 물증은 없었고 결국 경기는 디에고 고딘의 극적이 결승골로 막을 내렸다. 이탈리아가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당연했다.
문제는 수아레스가 이미 ‘재범’이라는 사실이다. 수아레스는 아약스 시절이었던 2010년 11월 PSV아인트호벤과의 경기에서 오트만 바칼의 어깨를 이로 물어 7경기 징계를 받았다. 당시 네덜란드의 는 수아레스를 ‘아약스의 식인종’이라고 불렀다. 두 번째 사건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2012-2013시즌 후반기 막판 첼시와의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의 팔을 물었다. 10경기 징계가 떨어졌다.
그런데 이번은 판이 더 크다. 리그 경기가 아닌 월드컵이다. 또 하필이면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이 집중된 이 경기에서 명백한 사고가 났다. 수아레스는 경기 후 자신의 치아에 대한 모든 질문에 함구하고 있으나 FIFA는 조사에 들어갔다. 짐 조이스 FIFA 부회장은 “FIFA가 이번 사건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중징계를 시사했다.
1998년과 2002년 월드컵에서 주심을 봤던 독일 출신 전 심판 우르스 마이어는 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경우 FIFA는 주심에게 당시 상황을 봤는지에 대해 물어보고 징계 수위를 판단하게 된다. 만약 주심이 보지 못했다면 비디오 판독을 통해 수아레스에 대한 사후 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절차를 설명했다.
FIFA 규정상 이번 사례와 같은 경우는 A-매치 최대 24경기 혹은 2년간 출장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FIFA가 100번 양보해 중징계를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최소 2경기는 뛸 수 없다. 규정 때문이다. FIFA 규정의 48.1(c) 조항에 의하면 이렇게 상대를 깨무는 행위에 대해서는 최소 2경기의 징계를 내리도록 되어 있다. 수아레스의 경우는 정황이 명백하기 때문에 2경기를 넘는 중징계가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월드컵 역사상 가장 무거웠던 징계는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루이스 엔리케(스페인)의 코를 팔꿈치로 가격해 축구장을 뒷골목으로 만들어버린 마우로 타소티(이탈리아)의 8경기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 이상의 징계로 월드컵 신기록을 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죄질이 무거운 것은 물론 수아레스가 초범이 아니라는 것 때문이다. 초범은 선처의 여지가 있지만 전과가 쌓일수록 가중 처벌되는 것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다.
이를 고려하면 수아레스의 월드컵은 사실상 끝났다고 봐도 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국가대표팀에서의 남은 경력은 물론 이미지에도 대단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전 세계 팬들은 수아레스의 사진에 안면 보호대를 한 합성물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버릇을 남 못 준 수아레스가 축구 인생 최대의 위기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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