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는 러시아의 승점 삭감 가능성이 화제다. 만약 그것이 현실이 된다면 탈락 위기에 몰린 대표팀에는 한가닥 위안이 되는 소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에 신경을 쓸 필요가 전혀 없다. 눈앞의 적을 생각하기도 바쁘다.
러시아 언론들은 최근 “러시아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승점 삭감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고 보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와 함께 H조에 속한 러시아는 현재 1무1패를 기록한 상황으로 오는 27일(이하 한국시간) 알제리와의 최종전을 남겨두고 있다. 러시아는 이 경기에서 알제리를 이기고 한국이 벨기에에 이기지 못하면 조 2위로 16강에 나설 수 있다.
현 시점에서 러시아는 애증의 관계다. 우리의 16강 경쟁 상대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16강에 나가기 위해 반드시 알제리를 잡아줘야 하는 팀이기도 하다. 때문에 승점 삭감 가능성은 관심을 모을 만하다. 만약 러시아가 알제리를 잡고, 우리가 벨기에에 이긴다고 가정했을 때 러시아가 승점 삭감 처분을 받는다면 우리는 골득실을 따지지 않더라도 16강에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그렇다면 승점 삭감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사실상 희박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번 러시아 대표팀의 승점 삭감 가능성을 만든 것은 팬들의 ‘켈트 십자가 걸개’로 알려졌다. 백인 우월주의를 상징하는 나치의 산물로 FIFA는 물론 전 세계 스포츠 단체에서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역대 월드컵 역사상 팬들의 잘못으로 해당 국가의 승점이 곧바로 삭감된 적은 없었다.
러시아는 지난 유로2012 당시 일부 팬들이 과격한 행위를 해 유럽축구연맹(UEFA)으로부터 승점 6점 삭감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당시 대회에 적용되지 않고 유로2016 예선에 적용됐다. 한 관계자는 “FIFA가 결정을 내리면 이를 항소하는 절차가 이어질 것은 당연하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한 팬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큰 문제로 연결시킬 경우 여기서 자유로운 나라는 별로 없다”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설사 러시아의 승점이 깎인다고 해도 우리가 신경 쓸 것은 벨기에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우리의 16강 가능성의 모든 전제는 벨기에를 잡는다는 것이다. 몇몇 주전 선수들을 뺄 가능성이 높은 벨기에지만 그래도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우리보다 강한 팀이다. 러시아 사정을 생각하기보다는 우리가 벨기에를 잡을 수 있는 역량을 총동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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