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전 모든 과정에서 승승장구했던 일본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뼈아픈 시행착오를 겪은 채 귀국을 앞두고 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한국으로서는 그런 일본이 남긴 교훈을 되새길 만하다.
일본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폰치나우와의 열린 콜롬비아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C조 마지막 경기에서 1-4로 졌다. 이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그리스와 코트디부아르의 경기 결과를 봐야 했던 일본으로서는 허무한 결과였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그리스가 코트디부아르를 잡았지만 정작 일본이 콜롬비아를 이기지 못했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을 선임한 후 아시아권과 월드컵 전 평가전에서 승승장구하던 일본이었다. 그러나 믿었던 도끼들이 모두 문제를 일으키며 정작 월드컵에서는 저조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코트디부아르와의 첫 경기에서는 집중력에 문제를 드러내며 1-2로 역전패했고 그리스와의 경기에서는 50분 이상 수적 우세를 등에 업고 싸운 상황에서도 0-0으로 비겼다. 공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우리와 상황이 비슷하다. 1무1패를 기록했고 공격수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마지막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전제도 똑같다. 하지만 일본의 해법은 잘못됐다. 지나치게 ‘공격성 회복’에 심혈을 기울인 나머지 정작 승리의 중요한 전제 조건이 된 수비를 등한시하고 모험을 걸었다. 미드필더들은 공격적인 임무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제대로 된 공헌을 하지 못했다. 홀로 남겨진 수비수들은 콜롬비아의 맹공에 뻥뻥 뚫렸다.
선제골 실점 장면은 허리에서 공을 뺏겼고 한 번에 나가는 패스를 저지하지 못한 끝에 페널티킥을 내줬다. 신중하게 공을 다루지 못한 대가가 너무 컸다. 1-1로 맞선 두 번째 실점 상황에서도 역시 허리가 텅 비었다. 4명의 수비수들이 골문을 지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속도가 붙은 콜롬비아의 공격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급해진 일본은 콜롬비아의 빠른 역습에 두 골을 더 얻어맞고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국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벨기에는 이번 경기에서 주전 선수들 몇몇이 빠질 전망이다. 그러나 벤치의 공격 자원들도 속도와 결정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다. “크게 이겨야 한다”라는 생각에 공격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오히려 화를 자초할 수 있다. 선제 실점은 일본처럼 곧 탈락일 공산이 크다. 철저한 공수 밸런스와 일사분란한 조직력,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여러 차례 위기를 허용하게 될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매 월드컵마다 골 결정력 및 전방 공격수에 대한 지적을 받는 한국이지만 정작 최근 몇 차례의 대회에서 골을 못 넣은 경기는 거의 없었다. 정작 우리가 치명적인 패배를 당한 것은 허무하게 무너진 수비 때문이었다. 알제리전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겨야, 그것도 많은 점수차로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걸어잠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위험부담은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기적에 접근하는 방식이 일본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홍명보 감독의 전술적 능력이 이번 경기에서 진정한 시험대에 오를 이유다. 바꿀 선수가 있다면 과감하게 바꿀 배짱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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