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벨기에전 패하면 러시아 승점 삭감이 무슨 소용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4.06.25 17: 22

마치 말 앞에 마차가 놓여 있는 오류를 보는 느낌이다. 주객이 전도됐다는 말이다. 러시아 승점 삭감 가능성이 화제가 되면서 한국 축구팬들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가능성이 농후해진 홍명보호의 16강 진출 경우의 수를 재점검하고 있다.
한국은 25일 현재 1무 1패, 승점 1점으로 H조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러시아 역시 한국과 1무 1패, 승점 1점을 기록 중이지만 골득실에서 앞서며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승점으로 순위를 따지는 만큼 러시아의 승점이 사라질 경우 한국은 3위가 되고 남은 벨기에전 결과에 따라 16강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문제는 러시아 승점 삭감이 아직 '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 언론이 자국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승점 삭감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는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 팬들이 백인 우월주의를 상징하는 나치의 산물로 알려진 '켈트 십자가 걸개'를 경기장에 걸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된 것은 사실이다. 이는 명백하게 FIFA에서 금하는 행위다. 실제 지난 유로2012 당시 러시아가 일부 팬들의 과격 행위로 유럽축구연맹(UEFA)으로부터 승점 6점 삭감의 중징계를 받은 적은 있다.

그렇지만 아직 월드컵에서 팬들의 이런 행위 때문에 해당 국가의 승점을 삭감 조치한 경우는 전무하다. 없었던 조치가 실행되 경우는 많은 반대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한창 대회가 진행 중인 가운데 급하게 내려지는 결정인 만큼 강한 반대급부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바람대로 러시아 승점 삭감이 실현된다고 가정해도 변하지는 않는 것이 있다. 한국이 러시아 승점 삭감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벨기에를 꺾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오는 27일 새벽 5시(한국시간) 열리는 벨기에전에서 패한다면 러시아 승점 삭감은 또 하나의 공허함으로 돌아올 것이다. 16강 진출 실패에 대한 원망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한국의 16강 진출 경우의 수는 러시아 승점 삭감이 아니라 벨기에전에서 승리할 때야 비로소 작동이 될 수 있다. 한국이 이미 16강행을 확정지은 벨기에를 반드시 꺾는다는 전제 하에 러시아도 알제리(승점 3, 골득실 +1)를 잡아줘야 한다. 러시아와 알제리가 비길 경우 한국은 최소 벨기에를 3골차 이상으로 이겨야 한다. 물론 러시아가 알제리에 질 경우 한국은 벨기에를 이겨도 소용이 없다.
한국의 16강 가능성은 러시아 승점 삭감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16강은 벨기에를 꺾느냐 마느냐에 모든 것이 출발한다. 이번 대회 우승후보군에 꼽힌 벨기에는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고전을 펼쳤다. 하지만 한국을 상대로도 힘든 경기를 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지금은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는 것만이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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