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개최국 브라질에 대해 ‘영원한 라이벌’ 디에고 마라도나는 의문점을 남겼다. 수비 없이는 우승도 없다는 이유다.
브라질은 25일(이하 한국시간) 카메룬과의 조별리그 A조 마지막 경기에서 선제골과 결승골을 연거푸 잡아낸 네이마르의 맹활약에 힘입어 4-1로 이겼다. 승점 7점을 확보한 브라질은 골득실에서 멕시코를 2위로 밀어내고 조 1위로 16강에 나갔다. 이로써 브라질은 오는 29일 B조 2위로 16강에 오른 칠레와 16강을 치른다.
조별리그에서 기대감과 보완점을 동시에 남긴 브라질이었다. 우선 공격은 비교적 잘 풀렸다. 네이마르가 영웅적인 활약을 선보였고 오스카를 위시로 한 2선의 공격 전개도 위력이 있었다. 카메룬과의 경기에서는 ‘마지막 퍼즐’ 중 하나였던 프레드까지 골맛을 보며 감을 되살렸다.

반대로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다소간 보완점이 있다는 평가다. 포백의 조직력은 비교적 뛰어났지만 허리의 압박 등 전반적으로 유기적인 수비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멕시코는 브라질의 이런 약점을 괴롭히며 물러서지 않았고 카메룬도 강한 압박을 통해 전반까지는 선전을 거듭했다.
마라도나 역시 이런 점을 지적했다. 마라도나는 25일 와의 인터뷰에서 “브라질은 지금까지의 경기를 잘 복기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다소간의 우려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카메룬전에서도 허리에서의 압박이 부족했고 카메룬이 전진할 때마다 수비가 문제를 드러냈다”라고 수비적인 부분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네이마르의 활약상과는 별개로 불안요소가 있다는 뜻이다.
마라도나는 브라질이 우승을 차지했던 1994년과 2002년의 사례를 거론하며 “당시 그들은 미드필드에서 엄청난 장애물을 치고 있었고 결국 우승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에 비해 그런 부분이 취약하다”라면서 “(토너먼트에서는) 더 엄격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브라질은 반드시 더 나아져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수비가 없이 우승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마라도나 스스로 체감한 내용이기도 하다. 마라도나는 1986년 대회 당시 영웅적인 활약으로 아르헨티나에 두 번째 월드컵 트로피를 선물했다. 하지만 마라도나가 공격진을 헤집고 있는 사이 든든하게 버틴 수비수들은 대회 전체를 통틀어 5골만을 내줬다. 최악의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1990년 대회에서 결승까지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 또한 수비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브라질의 결승 상대였던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전력상 결승에 올라와서는 안 될 독일었지만 올리버 칸의 영웅적인 활약과 탄탄한 수비의 힘으로 결승까지 진출했다. 2006년 이탈리아, 2010년 스페인의 우승 원동력 중 하나도 든든하게 버틴 수비였다. 2006년 이탈리아는 대회 전체에서 2골만을 허용했고 2010년 스페인은 토너먼트 4경기를 모두 1-0으로 이겼다. 브라질이 이런 평범한 진리를 확인하며 마라도나의 이야기를 맞받아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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