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뛰었는데 잘 낫지 않더라".
한화 2루수 정근우(32)는 지난 24일 대전 롯데전에서 선발 라인업에 제외됐다. 근성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그이지만 극심한 편두통을 호소하며 자진해서 빠졌다. 하지만 팀이 어려운 상황이 되자 경기 중 교체 출장으로 기어이 또 뛰었다. 올해 한화 팀 내에서 유일하게 62경기 모두 빠짐없이 출장하고 있다.
정근우는 "일주일 전부터 두통이 생겼다. 처음엔 참고 뛰면 괜찮겠지 싶었는데 잘 낫지 않더라. 그래서 경기에 빠지려 했다"며 "계속 약을 먹고, 경기장 와서 침도 맞으니까 조금씩 괜찮아지더라. 그래서 중간에 나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근우의 교체 출장과 함께 한화는 김태균의 역전 끝내기 홈런이 터지며 승리할 수 있었다.

정근우는 평소 밝고 쾌활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겉으로 볼 때에는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것 같지만 표현하지 않았을 뿐 마음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정근우는 "그동안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나 보다. 잠도 깊게 못 들었다. 꼭 팀 성적 때문이 아니라 이것저것 신경 쓰이는 게 많았던 모양"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지난 겨울 FA가 돼 4년 총액 70억원이라는 거액을 받고 한화로 이적한 정근우는 타율 2할8푼4리 63안타 4홈런 28타점 15도루로 분전하고 있다. 타율이 조금 떨어지지만 국가대표 2루수다운 폭넓은 수비와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 그리고 어느 타순에 갖다 놓아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활용도에서 전혀 아깝지 않다.
그러나 정근우와 함께 이용규를 영입했음에도 한화는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마운드가 약한 팀 사정상 한 번에 도약하기란 쉽지 않다. 정근우 스스로도 타격감이 다소 떨어진 상태에서 애매한 스트라이크존에 삼진 당하는 모습이 많아져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인 게 두통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근우는 진정한 프로답게 겉으로 크게 내색하지 않는다. 오히려 외국인선수 펠릭스 피에와 장난을 치며 웃음기 가득한 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 그는 "정신적인 것보다 체력적으로 피로가 쌓인 것도 있다"며 "그래도 경기에 못 뛸 정도는 아니다. 전경기에 출장하고는 있지만 교체로 빠진 것도 있다"고 큰 의미 두지 않았다.
두통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는 "태균이가 끝내기 홈런 치기 전 내가 먼저 칠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정말 그대로 됐다"며 웃은 뒤 "두통도 점점 나아지고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태균이가 홈런을 쳐준 덕분이다"고 고마워했다. 정근우가 다시 기운을 차리고 근성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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