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벨기에가 16년 만에 벼랑 끝에서 다시 만났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27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벨기에를 상대로 H조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1무 1패로 탈락위기인 한국은 벨기에를 상대로 반드시 대승을 거둬야 16강행 실낱희망을 바라볼 수 있다.
결과도 결과지만 국민들이 더 기대하는 것은 투혼이다. 한국은 알제리전 전반전 무기력한 플레이로 12분 동안 세 골을 먹었다. 첫 실점을 했을 때부터 이미 대패한 것처럼 넋이 나가있었다. 전반전 단 하나의 슈팅도 터지지 않았다. 이겨보겠다는 투혼을 찾아볼 수 없었다.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의 무기력증에 국민들도 더 없이 답답했다. 우리 국민들 중 최고의 선수들이 뽑혀 나가서 뛰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도 암울했다. 멕시코(1-3패)와 네덜란드(0-5패)에게 농락당한 한국은 차범근 감독이 대회기간 중 경질돼 귀국하는 쇼크까지 겪었다. 하지만 마지막 벨기에전에서는 희망을 보여줬다. 기량과 기술은 떨어졌다. 해외파 선수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기고자 하는 근성은 탁월했다.
유상철은 프리킥하는 상대선수에게 달려드는 일명 ‘총알받이’를 자처했다. 이임생은 피가 솓구치는 가운데 머리를 붕대로 칭칭 동여매고 ‘붕대투혼’을 발휘했다. 선제골을 먹었지만, 끝까지 달려들어 세트피스에서 유상철이 동점골을 뽑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정말 최선을 다한 플레이였다. 결국 1무, 2패의 보잘 것 없는 성적을 냈지만, 국민들은 납득할 수 있었다.
지금 태극전사들이 기억해야 할 것도 선배들의 투지와 정신력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때도 한국은 멋있고 예쁘게 공을 차지 않았다. 항상 남들보다 한 발 더 뛰는 것이 한국축구였다. 언제부터 우리가 첫 골을 먹었다고 고개를 떨궜나. 우리나라가 역대 월드컵에서 선제골을 넣은 것은 겨우 5경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홍명보호는 국민들에게 투혼을 보여줘야 한다. 승점은 마음대로 딸 수 없다. 하지만 투혼은 의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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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