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난투사](53)‘집단 난투극 원조’…김신부와 김재상의 빈볼 격투기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4.06.26 09: 01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에 일본에서 건너온 재일교포 선수들은 알게 모르게 피해의식에 시달렸다. 그런 만큼 반작용의 강도가 셌다. 롯데 자이언츠의 홍문종과 같은 팀 소속이었던 김정행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홍문종은 1985년 8월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던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견제구 아웃 판정에 불복, 1루심을 밀쳐 1차 경고를 받았지만 계속 항의하다가 퇴장 당했다.
김정행은 같은 해 8월 20일 역시 삼성전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가 분김에 공을 3루 쪽으로 집어던지고 땅바닥을 걷어차는 행위로 퇴장을 당한 전력이 있다. 이들은 판정에 대한 극도의 불신으로 심판과 직접 몸싸움도 서슴지 않았다.
경우는 다르지만 태평양 돌핀스의 재일교포 투수 김신부는 그로부터 4년 뒤인 1989년 5월 24일 밤 사직구장에서 빈볼시비를 일으킨 장본인이면서도 피해 선수와 난투도 마다하지 않는 격렬한 대응을 했다.

1988년 11월 23일, 선수협 파동으로 최동원에 대한 보복성 트레이드를 감행했던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 간의 3:4 트레이드 한쪽 중심인물이었던 김시진과 김신부가 그 경기에서 선발로 나섰다.    
최동원이 트레이드에 반발, 삼성과의 계약을 미룬 반면(1989년 6월 23일에 계약), 트레이드를 순순히 받아들인 김시진은 롯데 이적 후 첫 출전이었던 4월 14일 OB 베어스전에서 14이닝 동안 무려 219개를 던져 완투승(2-1)을 거두었다. 하지만 김시진은 그 후유증으로 오른 팔꿈치에 이상이 생겨 내리 4연패를 당했다.
그런 배경을 깔고 등판했던 김시진은 롯데가 2-1로 앞서 있던 3회 말 2사 후 3년생 정국헌이 3점 홈런을 날려 5-1로 앞서 나가 2승째를 바라보게 됐다. 4연패 후 6일을 쉬고 선발 등판한 김시진은 5이닝 동안 6피안타 4실점하고 5회까지 던진 후 6-4로 앞선 상황에서 신인 김청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김시진은 한 달 열흘 만에 시즌 2승째 거두는 듯 했으나 김청수가 7회에 2실점, 물거품이 됐다. 
 
사건의 발단은 롯데의 3회 말 공격 때 김신부가 던진 공을 등허리 부위에 얻어맞은 롯데 김재상이 빈볼로 직감, 마운드로 달려가 김신부와 주먹다짐을 벌이면서부터.
김신부가 3회 말 정국헌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한 직후에 타석에 들어섰던 김재상은 김신부의 초구를 얻어맞자 지체 없이 마운드로 짓쳐 들어갔다. 김재상이 주먹을 뻗어 김신부의 안면을 노리자 김신부도 글러브로 막아내면서 주먹을 날리며 맞대응했다. 
그 장면에서 양 팀 덕 아웃에서 일제히 선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선수들은 마운드 주위에서  한데 뒤엉켜 옥신각신, 한동안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일복 주심과 김광철 1루심 등 심판진이 마운드로 달려가 양 팀 선수들을 뜯어말린 뒤 김재상과 김신부에게 동시퇴장을 선언했다. 경기는 6분가량 중단된 뒤 속개됐다.
재일교포 김신부는 덕아웃에서 “홈런을 맞아 기분이 나빴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빈볼을 던질 의사는 전혀 없었다.”고 변명했다.
김재상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김신부가 이를 악무는 모습을 보았다. 웬만하면 참을 수 있으나 맞추고 난 뒤 전혀 미안한 기색이 아니어서 화가 났다.”며 애써 분을 삭였다. 
1985년 8월 20일 롯데 김정행 이후 잠잠했던 선수 퇴장이 4년 만에 다시 일어난 셈이었다. 프로통산은 13번째였다. 그 경기는 결국 태평양이 9-6으로 뒤집기 승을 했다. 김시진은 5이닝 4자책점, 3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타의에 의해 도중하차한 김신부는 2와 ⅔이닝 5자책점을 기록했지만 승패와는 무관했다. 
4시간 31분이나 걸렸던 경기 후 역전패에 화가 난 롯데 팬들은 단골 메뉴였던 빈병과 깡통 따위를 그라운드에 마구 뿌려대며 분풀이를 했다. 그 통에 태평양 선수들은 10여 분간 덕 아웃에 갇혀 있다가 외야 출입문을 통해 겨우 빠져나갔다.  
사건 하루 뒤인 8월 25일, KBO는 신속하게 상벌위원회를 소집해 두 선수에게 벌칙을 가했다. KBO가 내린 판정은 ‘쌍방 과실’로 인한 ‘쌍벌죄’ 적용. 당시 KBO 대회요강 벌칙내규에 따르면 ‘감독, 코치, 또는 선수가 상대 선수 또는 심판원을 구타해 퇴장 당했을 때는 제재금 200만 원 이내, 출장정지 50게임 이하의 징계’를 줄 수 있도록 돼 있었다.
그에 따라 ‘투구에 맞은 후 마운드로 상대투수에게 달려가 구타사건 유발, 퇴장조치 당한 김재상과, 투구에 맞은 상대 타자가 달려오자 글러브로 가격, 퇴장조치 당한 김신부는 나란히 제재금 50만 원과 출장정지 7게임을 내리노라. 탕탕.!!’(KBO 상벌일지 재구성)
/홍윤표 OSEN 선임기자
1989년 5월 25일치에 실린 김재상, 김신부의 격투 관련 만평과 그날 기사.(제공=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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