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현대모비스가 재미 있는 설문 결과를 하나 발표했다. 자동차 구매에 대한 대학생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 18개 대학교 1096명(남 605명, 여 4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 대학생 자동차 인식조사’ 결과다. 대학생들은 ‘첫 차 구입 시 가장 호감 가는 국산차’를 묻는 질문에 6.4%가 현대자동차 ‘제네시스’를 꼽았다. 6.7%의 지지를 받아 1위를 차지한 기아자동차 ‘쏘울’에 이은 2위다.
눈길을 끄는 다른 설문 항목이 하나 더 있다. 차량 구매 시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항목을 묻는 질문이었다. 여기서는 23.5%가 ‘연비’를 가장 먼저 꼽았다. 뒤를 이어 디자인 22.4%, 가격 14.8%, 성능 13.0%가 나왔다. 같은 항목을 두고 작년 조사에서는 디자인이 34.0%, 연비가 21.3%였지만 1년 사이 연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다.
그런데 두 항목의 대답 사이에는 모순이 존재한다. 차량 구매시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항목에 오른 ‘연비’가 ‘신형 제네시스’의 가장 큰 약점이기 때문이다. 또한 3위 요소인 ‘가격’도 만만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네시스’는 호감 가는 국산 차 2위에 올랐다. 두 설문의 대답을 조합하면 “제네시스가 가격이 비싸고 연비도 좋지 못하지만 디자인과 성능이 보여주는 상징성이 탐이 나 언젠가 꼭 한번 소유하고 싶은 차”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현대자동차는 작년 말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하면서 현대자동차가 갖고 있는 온갖 기술력을 다 담아냈다. ‘신형 제네시스’를 탄다는 것은 현대자동차의 기술 총량을 체험한다는 의미가 된다. 현대자동차 기술력의 ‘상징’인 만큼 이 차의 가치를 설명하는 항목도 구구절절 길기만 하다. 하지만 막상 이 차를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은 그리 녹록하지 못하다.
‘신형 제네시스’에 접근하는 방식도 결국 기술력의 상징성과 시장에서의 실용성 2가지 방향이 필요할 듯하다.
▲상징-현대자동차 기술력의 총아
‘신형 제네시스’는 기본적인 구동 성능 외에 각종 안전과 편의장치로 꽉 찬 차량이다. ‘기술력을 총동원했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장치들이 들어차 있다. 운전자는 그만큼 편해졌다. 차량의 편의성을 구성하는 요소요소들이 ‘명령만 내려 달라’는 자세로 대기하고 있는 듯하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트가 마치 운전자를 백허그 하는 느낌을 받는다. 양 등허리를 감싸는 볼스터가 강도를 조절할 수 있게 돼 있다. 거리-높이-각도를 맞추는 기본적인 조절장치 외에 운전자의 등허리를 감싸는 볼스터가 운전자의 체형에 맞게 조절이 된다. 운전자의 몸에 꼭 맞춰진 시트가 주는 안락감은 의외로 강했다.

여기에는 또 위험 상황 발생 시 시트벨트를 당겨 충돌 직전 탑승자를 보호하는 ‘앞좌석 프리세이프 시트벨트(PSB)’ 장치가 숨어 있다. 충돌 시 신속하고 단단하게 앞좌석 승객의 골반부를 잡아주는 ‘하체상해 저감장치(EFD)’도 있다.
안전 운전에 꼭 필요한 정보들은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집약 돼 나타난다. 차량의 주행속도를 중심으로 차량이 제 차선으로 제대로 가고 있는 지, 앞차와 지나치게 가깝지는 않은 지를 보여준다.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설정하면 경로를 알려주는 요약 정보가 나타난다.
좌우측 사이드 미러에는 옆 차선을 운행하는 다른 차량들의 상태가 수시로 표시 된다. 운전자는 앞만 보고 운전해도 차량과 주변의 상태를 다 파악할 수 있다.
키를 몸에 지닌 채 트렁크 뒤에 일정 시간 서 있으면 트렁크가 저절로 열리고, 앞뒤 차문은 제대로 닫히지 않았더라도 알아서 온전하게 닫혀진다.
정차 된 차량을 움직이려 하면 4대의 카메라가 차량의 사방 상태를 부감법으로 보여주는 모니터도 인상적이다. 차량 주변에 인지하지 못했던 턱은 없는 지, 장애물이나 보행자는 없는 지를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열 공간은 엔터테인먼트룸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독립적이다. 앞 좌석 시트에 장착 된 대형 모니터로 DMB를 시청하거나 영화를 즐길 수 있고, 안마의자처럼 완전한 휴식에 빠져들 수도 있다. 뒷좌석까지 환하게 이어지는 선루프는 ‘가끔 하늘을 보는’ 망중한을 누리게 했다.
▲실용-피해갈 수 없는 연비의 굴레
‘신형 제네시스’에 장착 된 람다 GDI 엔진은 저중속 영역에서 특히 안정감을 더해준다. 람다 3.3 GDI 엔진은 최고출력 282마력(ps), 최대토크 35.4kg•m, 람다 3.8 GDI 엔진은 최고출력 315마력(ps), 최대토크 40.5kg•m의 성능을 보여주는데 저속과 고속의 반응차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계기반을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실제 속도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8단 자동변속기는 변속 충격을 운전자에게 거의 전하지 않는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차체의 강성이다. 현대자동차가 틈만 나면 강조했던 차체 강성 노력이 실제 운전에서 와 닿는다. 노면의 다양한 환경들은 웬만하면 바퀴와 차체 단계에서 흡수 돼 운전자는 범선을 타고 대양을 항해하는 듯한 느낌만 받는다.
초고장력 강판 적용 비율을 51.5%까지 높이고 차체 구조용 접작체 적용부위를 123m로 확대했다는 ‘신형 제네시스’는 운전하는 재미가 떨어졌다고도 할 만큼 움직임이 정숙하다. 현대차의 설명대로 빠른 응답성이 강점인 ‘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R-MDPS)’, 주행 상황에 따라 최적의 감쇠력을 제공하는 ‘전자제어 서스펜션(ESC)’, 스티어링 휠의 조향 각도에 따라 기어비를 조절하는 ‘가변 기어비 조향 시스템’ 등이 적용 된 덕분이리라.
이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피해갈 수 없는 영역이 있다. 공인 연비가 3.3 GDI 엔진이 9.4km/ℓ(2WD, 18인치 타이어 장착 기준), 3.8 GDI 엔진은 9.0km/ℓ(2WD, 19인치 타이어 장착 기준)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이 수치를 얻어 내기도 쉽지가 않다. 상시사륜구동 모델인 3.8 HTRAC으로 320km 가량을 평상 조건으로 시승하면서 얻어 낸 트립상의 연비는 8.7km/ℓ. 이 모델의 공인 연비가 8.5km/ℓ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얌전하게 탄 편이었다.
가격도 만만찮다. 3.3 모던이 4660만 원, 3.3 프리미엄이 5260만 원, 3.8 익스클루시브 5510만 원, 3.8 프레스티지 6130만 원, 3.8 파이니스트 에디션 6960만 원이다.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이 정도의 가치는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실 소비자층이 구매를 앞두고 프리미엄 수입차들과 비교할 경우, ‘제네시스’의 ‘상징성’은 냉혹한 ‘현실’ 앞에 작아질 가능성이 크다.
설문조사에서 20대 대학생들이 보여준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는 게 제네시스의 숙제로 남을 듯하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