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vs 여유’ 홍명보-빌모츠, 엇갈린 행보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26 13: 02

홍명보(45) 대표팀 감독은 신중했다. 선발 라인업 구상에 대한 말을 극도로 아꼈다. 반면 마크 빌모츠(45) 벨기에 대표팀 감독은 자신의 구상을 일부분 드러냈다.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어쩌면 의문부호와 함께 시작한 두 감독의 현재 입지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상징일 수도 있다.
한국과 벨기에는 27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부터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코린티안스에서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똑같이 두 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양 팀이 마주하고 있는 상황은 사뭇 다르다. 벨기에는 이미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지었다. 조 1위냐, 2위냐의 싸움이다. 반면 한국은 이번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벨기에에 비해서는 분명 절박하다.
이 때문일까. 경기 하루 전 공식 기자회견에 임한 두 사령탑의 어조도 달랐다. “이기겠다”라는 출사표는 동일했지만 선발 라인업 구상에 대한 질문에는 다른 분위기가 읽혔다. 홍명보 감독은 “훈련이 이제 끝났으니 지금부터 생각해보겠다”고 피해갔다. 선수 구성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그것은 우리가 알아서 판단할 것이다. 내일은 중요한 경기이니 그것에 맞춰 선수 구성을 할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빌모츠 감독은 “콤파니가 가벼운 부상으로 한국전에 결장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사실 끝까지 숨길 수도 있었던 정보지만 취재진에 공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조별리그 통과 후 경고가 있는 두 명의 선수(알더베이렐트, 비첼)를 한국전 선발에서 빼겠다는 의사를 일찌감치 밝혔다. 덕분에 벨기에의 한국전 라인업도 대충 윤곽이 그려졌다. 알제리, 러시아전을 앞두고는 “3000가지 조합이 있다”며 자신의 구상을 꽁꽁 숨겼던 빌모츠 감독이다. 여유를 찾은 모습이다.
사실 비슷한 점이 많은 두 감독이다. 우선 나이가 같고 현역 시절 자국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로 이름을 날렸다. 월드컵 4회 출장에 빛나는 홍명보 감독은 ‘영원한 리베로’로 기억된다. 벨기에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로 A-매치 70경기에서 28골을 넣었던 빌모츠 감독은 득점 외에도 팀에 헌신적인 움직임을 선보여 큰 사랑을 받았다. 클럽 감독 경력이 전무하거나 많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팀을 맡은 것도 유사하다.
대회 시작 전 비판에 시달린 것 또한 똑같다. 홍명보 감독은 이른바 ‘의리 차출’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선수를 뽑겠다”라는 기존의 원칙을 깨고 박주영(아스날) 등 자신의 애제자를 차출해 팀의 기둥으로 삼았다. 은퇴 후 정치인으로의 삶을 살기도 했던 빌모츠 감독은 지역 예선 내내 “팀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다”, “전술적 식견이 떨어진다” 등의 눈총을 받았다. 두 감독 모두 이번 대회에서 성적으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했다.
물론 한국과 벨기에는 선수층이 다르다. 객관적 전력은 벨기에가 훨씬 위다. 그러나 벨기에가 부진한 경기력에도 빌모츠 감독의 ‘조커 투입’으로 2연승을 달린 것에 비해 한국은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원성을 샀다. 유연성도 대비가 된다. 빌모츠 감독은 1차전 고전에서 힌트를 얻어 2차전 선발 라인업을 소폭 수정했다. 반면 홍명보 감독은 1·2차전에 동일한 라인업과 전술을 들고 나와 실패를 경험했다. 위기를 넘긴 빌모츠 감독의 순항이냐, 아니면 위기에 몰린 홍명보 감독의 역공이냐. 마지막 경기를 보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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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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