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와 신지(2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끝내 반등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면 박주영(29, 아스날)은 반등할 수 있을까. 이 명제 속에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도 숨어 있다.
서로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한국과 일본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나란히 16강에 오르며 아시아의 자존심을 살렸다. ‘탈아시아’에 가장 근접한 팀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이번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성적표는 영 별로다. 평가전 까지만 해도 잘 나갔던 일본은 1무2패로 탈락이 확정됐다. 한국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1무1패, 그리고 마지막 경기는 H조에서 가장 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벨기에다.
먼저 탈락한 일본에서 가장 큰 비난을 받고 있는 선수 중 하나는 가가와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시절 분데스리가를 평정한 가가와는 한 때 아시아 최고 선수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의 활약상은 미비했다. 한국에서 가장 큰 비난을 받고 있는 선수 중 하나는 박주영이다. ‘의리 논란’을 실력으로 잠재운다는 각오였으나 2경기에서 제대로 된 슈팅 하나 터뜨리지 못하고 모두 교체 아웃됐다.

나이도, 포지션도 다른 선수지만 하나의 공통점은 있다. 바로 직전 시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으로 경력의 정점을 찍는 듯 했던 가가와는 이적 후 오히려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지난 시즌 리그 18경기 출전에 그쳤다. 제대로 된 경기력을 이어가기 어려웠다. 박주영은 더 심했다. 아스날에서 자리가 없었다. 왓포드 임대로 불씨를 살려보려고 했으나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시즌 막판에는 부상까지 겹쳤다.
결국 가가와는 떨어진 경기력을 살리지 못했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은 가가와의 출전 시간과 포지션을 조절해가며 가가와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끝내 실패했다. 이는 박주영도 마찬가지다. 홍명보 감독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주영을 두 경기 연속 최전방 공격수로 넣었다. 하지만 박주영의 경기력은 도무지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90분을 뛸 만한 체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가가와가 그랬듯, 박주영 또한 엄청난 부담감 속에서 고전 중이다.
그럼에도 홍명보 감독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박주영이 존재하는 듯 보인다. 설사 선발로 뛰지 않더라도 교체 등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주영이 가지고 있는 한 방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박주영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부진 논란을 지우는 결정적인 한 방씩을 터뜨린 기억이 있다. 과연 박주영이 속죄포를 터뜨리며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다만 가가와와 같은 길을 걷는다면 한국도 탈락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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