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조] ‘동지에서 적으로’ 뢰브-클린스만의 운명적 조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26 13: 28

한 때는 뜻을 같이한 동지였다. 실과 바늘이기도 했다. 지금도 친분은 두텁다. 대서양을 건너 있는 사이지만 전화로 안부를 묻곤 한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 기간에는 문자 한 통 주고받지 않았다. 요하힘 뢰브(54) 독일 대표팀 감독과 위르겐 클린스만(50) 미국 대표팀 감독이 브라질 땅에서 적으로 만난다.
각각 1승1무씩을 기록하고 있는 독일과 미국은 27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헤시피의 아레나 페르남부쿠에서 열리는 조별리그 G조 마지막 경기에 격돌한다.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는 두 팀이지만 반드시 승점이 필요하기도 하다. 독일은 조 1위 진출을 위해 무승부 이상의 성적이 필요하다. 미국은 포르투갈과 가나의 경기 결과를 지켜보지 않기 위해 역시 무승부 이상의 성적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경기 결과 못지않은 화제를 모으는 부분도 있다. 바로 뢰브 감독과 클린스만 감독의 만남이다. 두 감독은 특별한 인연이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독일 대표팀을 맡을 당시 뢰브 감독이 수석코치로 일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대표팀을 떠나자 그 후임으로 독일의 지휘봉을 잡은 이가 뢰브다.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를 선언한 클린스만 감독은 위기에 빠진 독일 축구를 구하라는 임무를 안고 2004년 대표팀 감독에 취임했다. 당시 독일은 엉망진창이었다. 세대교체는 이뤄지지 않았고 유로2004에서는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탈락했다. 현 주소를 냉정하게 파악한 시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대중적 인기를 가진 클린스만은 여론을 무마하면서 강하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였다. 하지만 코치 라이센스도 없는 초보 감독에 불과하기도 했다.
그 때 클린스만이 자신의 오른팔로 천거해 대표팀의 구성원으로 삼은 이가 바로 뢰브다. 슈투트가르트 시절 인연을 맺은 뢰브를 전면에 부각시켰다. 비록 현역 시절의 성과는 보잘 것 없었지만 지도자로서는 수준급 전술적 식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에 주목했다. 2004년까지만 해도 구닥다리 쓰리백이 더 친숙했던 독일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클린스만으로서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지략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클린스만이 얼굴마담으로 돌격의 선봉장이 될 때, 뢰브는 뒤에서 클린스만의 전술적 토대를 만들었다. 찰떡 궁합이었다.
독일은 자국에서 열린 2006년 월드컵에서 아쉽게 3위에 그쳤다. 하지만 클린스만은 과감한 세대교체 및 전술교체로 팀 체질을 개선했다. 2005년 컨페더레이션스컵 당시까지만 해도 대표팀의 에이스였던 세바스티안 다이슬러가 다시 부상으로 쓰러지는 악재를 극복하고 다시 주류 세계에 복귀했다. 현재 대표팀의 핵심인 필립 람,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루카스 포돌스키, 페어 메르테사커는 클린스만 감독 부임 시절 등용하거나 중책을 맡긴 선수들이다. 클린스만의 눈은 탁월했다.
이후 클린스만은 팀을 떠났지만 뢰브를 후임자로 추천하며 대표팀의 연속성을 이어가고자 했다. 뢰브의 전술적 완성도, 그리고 한 차례의 실패에서 유소년 육성이라는 교훈을 찾은 독일은 다시 세계 정상급 팀으로 거듭났다. 이런 인연이 16강 진출팀이 결정되는 마지막 경기에서 만났으니 서로 멋쩍을 수밖에 없다.
사실 비기기만 해도 되는 두 팀이 적당히 타협하는 경기를 벌일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하지만 양자는 나란히 고개를 젓고 있다. 뢰브 감독은 “이기기 위한 경기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은 훌륭한 팀이지만 미국도 많은 발전을 했다”라며 이변을 노리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26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종종 안부를 묻곤 했지만 최근 3주 동안은 문자 메시지 하나도 없었다”라며 결전을 다짐했다. '요기'와 '클린시'가 조별리그 종료 후 나란히 웃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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