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민정은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갑동이'(극본 권음미, 연출 조수원)를 통해 여배우로서는 쉬이 경험하지 못할 캐릭터 오마리아를 소화했다. 15년전 끔찍한 연쇄살인마 '갑동이'를 마주했고, 절친한 친구가 눈앞에서 살해되는 것을 목도한 것.
결국 시간이 흘러 정신과 의사가 됐음에도, '그날'의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이중인격에 가까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갑동이'를 찾아다니는데 일생을 쏟았다. 그 과정에서 '갑동이' 카피캣 류태오(이준 분), 형사 하무염(윤상현 분), 웹툰작가 마지울(김지원 분) 등과 차례로 인연을 맺으며 차츰 변화했다.
"살인사건의 피해자, 목격자, 그리고 정신과 의사이기도 해요. 여러 감정을 같이 그려냈는데, 그 간극이 크지 않았으면 했죠. 괴리감이 클까봐 걱정했어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마리아는 죽지 못해서 살고 있는 여자에요. 정상일 수 없죠. 저도 그 점을 받아들여 연기했어요."

'갑동이' 첫 회부터 지난 21일 최종회가 진행되는 동안 오마리아는 다양한 감정신을 소화했다. 공포에 가득차 소리를 내지르기도, 사랑에 두근대며 숨을 죽이기도 했다. 증요에 차올랐다가, 눈물을 펑펑 쏟아내 연민을 자극하기도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감정신이 많았죠. 나중엔 촬영중 1~2신은 꼭 있었어요. 사실 많이 우는 캐릭터보다는, 필요할 때 눈물을 흘리는 캐릭터가 좋아요. 근데 마리아는 예외였죠. 진짜 '갑동이'의 정체를 알았는데, 눈물을 참는 것도 이상하고…. 매 신에서 감정을 덜 잡아보려 했지만 쉽지 않아서, 그냥 매번 느껴지는 그대로 연기했어요."

어려웠던 부분은 또 있다. 살인사건의 목격자·피해자라는 역할은 의사, 변호사, 형사처럼 연기해야할 역할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던 것. 심지어 '갑동이'를 집필한 작가 역시 오마리아를 '가장 어려운 캐릭터'라 말할 정도였다고.
"그런 조언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죠. 작가 언니도 그걸 솔직히 인정했어요.(웃음) '마리아가 작품 속에서 가장 어려운 캐릭터다'고 했으니깐요. 그래도 1회부터 쭉 마리아로 살았기에 스스로 감정적으로 몰입해 이해하고 연기를 했어요. 현장에선 주로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어린 시절에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것을 트라우마로 안고 있는 오마리아. 김민정은 그 모습에서 어린 나이에 아역배우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힘들어했던 자신의 모습과도 어느 정도는 맞닿아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상처 후에는 소통하는 게 원활하지 않아요. 살기 위해 강한 척하고, 가면을 만들어 쓰죠. 가면은 누구나 있어요. 오마리아가 '갑동이'나 카피캣 태오를 대할 때는 그걸 드러낸거라 생각해요. 이중인격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그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는거죠. 어렸을 때부터 사회생활을 해서 그런지, 재희(오마리아)의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트라우마가 있으면, 가면이 생기는 것 같거든요."
최종회에서 일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장면에 대한 해명도 덧붙였다. 바로 '갑동이' 카피캣이자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인 류태오의 죽음을 본 순간, 그를 품에 안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던 신이다.
"19회 봤어요? 거기서 가위바위보신에서 태오가 그런 말을 했어요. 왜 자기를 이용했냐고, 한 번도 자기를 믿어주지 않았냐고 말이죠. 마리아는 거기서 무너진 것 같아요. 이용만 했는데, 그말을 당사자인 태오에게 직접 들어서 '헉' 하면서 심장이 멈추는 듯한 느낌을 받은 거죠. 태오를 안고 흘렸던 눈물은 그를 믿어주지 못했던 자신의 창피함에 대한 눈물, 어릴 적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창피팜에 대한 눈물이죠. 그런 부분이 잘 전달됐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나봐요."

드라마가 종영한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김민정은 "연기하면서 눈물을 많이 쏟아서 오마리아를 쉽게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차기작에서 소화하고 싶은 캐릭터에 대해 묻자, 유독 '밝은 역할' '러블리한 캐릭터'를 꼽는 모습은 솔직히 의외였다.
"다음 건 무조건 밝은 걸 할래요. 그동안 TV드라마에선 감정선이 깊고, 커리어우먼 역할이 많았어요. 영화 '가문의 귀환' '밤의 여왕'에선 달라진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공유하진 못했던 것 같아요. 심각한 것에서 좀 벗어나고 싶어요. 사랑스럽거나 독특한 캐릭터로요. 솔직히 해야만 한다는 것도 있어요. 꼭 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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