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퇴장 월드컵이 되는 것일까. 이번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골 폭풍과 함께 진기한 퇴장 사례가 속출한 대회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월드컵은 골 폭풍이 거센 월드컵으로 기억된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경기당 득점은 2.3골이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은 3골에 육박하는 2.9골이다. 반면 카드는 줄어들었다. 2010년 경기당 경고는 3.8장, 퇴장은 0.3장이었다. 반면 올해는 경고가 2.6장, 퇴장이 0.2장이다. 얼핏 보면 골은 늘어나고 페어플레이는 지키고 있다. 하지만 함정이 있다. 퇴장의 횟수는 줄었지만 인상은 더 강렬했다.
자신의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퇴장을 당한 선수들이 많아서다. 포르투갈의 중앙 수비수 페페는 독일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상대 공격수 토마스 뮐러의 머리를 받는 일을 저질러 즉시 퇴장 당했다. 그저 헐리웃 액션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면 됐을 일인데 공을 걷어내야 할 머리를 상대 공격수에게 써 퇴장 처분을 받았다. 페페가 빠진 포르투갈은 미국과의 2차전에서 수비가 허술한 모습을 보인 끝에 2-2로 비겨 탈락 위기에 몰렸다.

알렉스 송(카메룬)도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분노의 팔꿈치를 날렸다가 즉결 체포됐다.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마리오 만주키치와 신체 접촉이 있었다. 자신의 진로를 고의적으로 막았다고 생각해 화가 치민 송은 즉시 만주키치의 허리에 팔꿈치 공격을 가했는데 심판은 뻔히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 카메룬은 전반에 퇴장 당한 송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0-4로 참패,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이탈리아)도 아쉬운 퇴장이 팀의 탈락으로 이어진 경우다. 이탈리아는 우루과이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 14분 마르키시오가 상대 미드필더인 아레발로의 무릎을 밟았고 역시 코앞에서 이 광경을 본 주심의 레드카드를 피해갈 수 없었다. 다소 가혹한 퇴장 처분이었을 수도 있지만 경기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좀 더 신중하게 플레이했어야 했다. 결국 수적 열세에 몰린 이탈리아는 결승골을 얻어맞고 탈락했다.
에콰도르의 안토니오 발렌시아 역시 마지막 경기였던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무릎을 밟는 행위로 퇴장 당했다. 공을 잡는 과정이었지만 상대 선수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위로 퇴장이 납득할 수 없는 처사는 아니었다. 가뜩이나 다득점이 필요했던 에콰도르는 나머지 10명이 헌신적으로 싸웠으나 무승부를 기록, 남미 최초이자 유일한 탈락팀으로 기록됐다.
퇴장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중징계가 예고된 행위도 있다. 어쩌면 이번 퇴장 월드컵의 정점일 수도 있다.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는 이탈리아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 키엘리니의 어깨를 무는 행위로 전 세계를 또 한 번 경악시켰다. 이미 전과가 있는 수아레스에 대한 시선은 싸늘할 수밖에 없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중징계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수아레스가 축구인생의 위기에 몰렸다는 전망도 속속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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