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척' 하는 악역, 이젠 지겹고 싫증난다면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6.26 15: 49

  어느 새부터인가 마치 하나의 유행처럼 이런 캐릭터들이 우루루 나왔다. 악역인데, 분명 악당인데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구석이 있다. 속내는 일면 따뜻한 면이 있다던가 어딘가 완벽하지 못하고 어리바리하다. 아니면 그렇게 못돼질 수 될 수 밖에 없는 가슴치는 사연이 있다. 일면 안쓰럽다.
이를 두고 보통 '입체적 악역'이라고도 불렀다. 양면적인 모습이 공존하고 악당이지만 선악의 구분이 모호하다. 아니면 외모에서 반전이다. 속은 나쁜데 겉은 천사다. 이런 캐릭터가 단선적이지 않은 것은 분명 맞다. 하지만 오히려 악당이 처음부터 끝까지 '난 나쁘다'라고 말하는 듯, 진짜 악당처럼 보이는 것도 멋있지 않을까.
체감적으로 오랜만에 이런 악역이 나왔다. 영화 '신의 한 수'(조범구 감독)에서 배우 이범수가 맡은 살수란 캐릭터가 그렇다. 살수는 범죄로 변해버린 내기 바둑판에서 주인공 태석(정우성)과 대립각을 세우는 악역이다. 캐릭터 설명 자체가 '절대 악'이다.

이 영화의, 그리고 살수의 미덕은 이런 살수에게 '이유'가 없다는 거다. 흔히 악역에게 부여하는 전사들, 심지어 '추격자'에서도 살짝 암시됐던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처연한 이유'가 '신의 한 수'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말그대로 살수는 태어나면서부터 그렇게 생겨먹은 것처럼 그의 표면적인 현상에 이유는 동반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오히려 세련됐다.
이범수 역시 살수 캐릭터에 대해 "살수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절대 악이라는 것에 있다"라고 인정하며 "어떤 악역이든 상처 받은 영혼으로 이유가 나름 있겠지만, 극단적인 존재감으로서의 악인 캐릭터가 매력으로 다가왔다"라고 전했다.
이범수는 이런 살수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사우나 실에서 나오는 장면에서 전신 문신을 제안했고 또 감행했다.
그는 "살수라는 절대 악의 캐릭터를 더 명확하게 할 수 있는 게 없을까라고 고민했다"라면서 "보기만 해도 싫은거 느낌이라고나 할까. 외형적으로 뭐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살수는 평소엔 깔끔하고 먼지하나 안 묻을 것처럼 말끔하다. 그 만큼 예민한거다. 살수란 인물의 옷차림에서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느낌이 그렇다면, 사우나 신에서는 한 눈에 '저런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겉은 깔끔한데 실제로는 어마무시한 전신문신을 가진 사람이면 이질적이지 않나"라는 설명을 곁들었다.
영화의 미덕은 오히려 불친절함, 다른 말로 하면 세련된 무심함에 있겠다. 극 중 살수와 배꼽(이시영)과의 관계도 질척거리지 않아 오히려 강렬하다. 영화는 살수와 배꼽의 스킨십을 최소화하면서도 그들의 관계를 설명하고, 육체적 설정 하나로 한 남자가 여자를 지배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범수는 또 "만약 속편이 제작돼 살수가 나온다면, 살수가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같은 건 아니었음 좋겠다"라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온전히 '절대 악' 살수로 관객에게 남기를 바라는 것이다.
영화 속 살수는 쉽게 속을 알 수가 없다. 그 만큼 공포는 배가 된다. 청소년 관람불가. 7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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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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