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앤서니 데이비스?’ 아니면 ‘제2의 그렉 오든?’
2014년 미국프로농구(NBA) 신인 드래프트가 27일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의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개최된다. 올해 유독 많은 유망주가 쏟아지면서 르브론 제임스, 카멜로 앤서니 등이 데뷔한 2003년 드래프트와 비교가 되기도 한다. 그 중 센터포지션 최고 유망주로 꼽히는 선수가 바로 조엘 엠비드(20, 캔자스대)다.
▲ 무서운 성장속도 ‘강백호 NCAA 버전’

지난해 11월 캔자스대 홈경기를 취재했다. 앤드류 위긴스(20)를 보러갔었다. 그 때만 해도 엠비드는 언론에게 관심 받는 대상이 전혀 아니었다. 11월 8일 루이지애나 먼로전에서 위긴스는 16점을 넣으며 데뷔전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 때 캔자스의 주전센터는 올해 KBL 트라이아웃에 신청서를 넣은 타릭 블랙이었다. 블랙은 7점, 7리바운드로 페리 엘리스(12점, 8리바운드)와 함께 든든하게 골밑을 지켰다.
같은 경기서 후보로 나온 엠비드는 11분을 뛰면서 9점, 4리바운드, 4파울을 했다. 9점 중 7점이 자유투였다. 엠비드는 213cm/115kg의 몸은 좋았지만 농구자체를 할 줄 몰랐다. 마치 아프리카에서 치타를 사냥하던 전사한테 곧바로 유니폼을 입혀 뛰게 하는 것 같았다. 전술적 움직임을 이해하지 못해 골밑에 자리를 못 잡았다. 또 수비에서 쓸데없는 파울이 많았다. 그래도 이따금씩 보여주는 운동능력은 무서울 정도였다. 일단 그가 골밑에서 공을 잡으면 상대센터가 파울밖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후 엠비드가 보여준 성장속도는 놀라웠다. 빌 셀프 감독은 빅맨을 조련하고 전술적으로 써먹는데 매우 능하다. 대럴 아서, 콜 알드리치, 모리스 형제, 토마스 로빈슨, 제프 윗시 등 그를 거쳐간 NBA 빅맨들이 부지기수다. 엠비드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그리고 시즌 개막 4개월 뒤에는 대학최고센터가 돼있었다. 농구공을 잡은 지 단 3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스폰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지난 시즌 말미에 엠비드는 더블더블 머신이 돼있었다. 그는 오클라호마주립대 전에서 8블록을 기록할 정도로 대학수준에서 높이로 당할 자가 없었다. 득점기술도 나날이 발전했다. 덩크슛밖에 모르던 바보가 점프슛을 던지기 시작했다. 마치 4년 전 서지 이바카 혹은 강백호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 허리와 발 부상, 회복 가능한가?
문제는 부상이었다. 엠비드는 시즌 말미에 허리를 다치면서 시즌아웃됐다. 캔자스가 빅12 토너먼트 우승에 실패하고, NCAA 토너먼트 32강에서 탈락한 것은 엠비드의 부재가 컸다. 1학년 시즌이 끝나자 엠비드는 미련없이 NBA 진출을 선언했다. 예정된 수순이지만, 아쉬움도 크다. 기본기가 중요한 센터로서 아직 배워야 할 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당장 경기에 뛰어야 하는 프로에서는 선수가 부족한 기본기를 갈고 닦을 시간이 없다. 이대로 엠비드의 기본기가 정체되면 더 많은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대학에 1년만 더 머물렀다면 서로 윈윈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카메룬출신인 엠비드는 성공에 대한 열망이 더 컸다.
더 큰 문제는 부상이다. 최근 엠비드는 발 피로골절로 수술을 받았다. 발에 두 개의 나사를 박아 부러진 뼈를 고정시켰다. 앞으로 재활에만 3~4개월이 소요될 전망. 코트에 나서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1년간 엠비드는 강백호처럼 성장이 매우 빨랐다. 하지만 쉬는 동안 늘었던 기량은 순식간에 다 퇴보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된다는 뜻이다. 물론 아직 엠비드는 젊고 회복속도도 빠르다. 그렇지만 빅맨들에게 허리와 발 부상은 고질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NBA 단장들이 그를 1순위에서 3순위 후보로 내린 이유다. 부상이 있어도 3등이라는 사실은 새삼 그의 엄청난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

최악의 경우 엠비드는 블레이크 그리핀이나 널린스 노엘처럼 데뷔시즌을 통째로 쉴 가능성도 있다. 'USA TODAY' 등 미국언론들은 “전방십자인대의 경우 수술을 받으면 부상부위가 오히려 더 강해진다. 보편적인 수술이다. 하지만 엠비드와 같은 부상은 희귀하다. 제대로 재활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다만 엠비드는 젊고, 회복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라고 했다. 엠비드 본인을 위해서라도 충분한 재활기간을 거친 뒤 프로에 데뷔하는 것이 낫다. 올해 3순위 지명권을 가진 필라델피아는 엠비드를 뽑을 가능성이 높다. 필라델피아는 26일 엠비드의 상세한 메디컬리포트를 전달받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부상전력이 있는 빅맨의 선발은 소위 ‘복불복’이다. 부상이 잘 치료되면 앤서니 데이비스처럼 아무런 문제없이 올스타급으로 클 수 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그렉 오든처럼 만년 유망주 소리만 듣다 사라질 수 있다. 운동능력 좋은 장신센터가 희귀한 세계적인 특성상 엠비드는 NBA에 높은 순위로 지명될 것이다. 하지만 그가 건강하게 돌아와 예전의 성장속도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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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시카고(미국)=서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