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허점 공략’ 손흥민 몸짓에 달렸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26 19: 30

강하지만 못 넘을 상대는 아니다. 반드시 이겨야, 그리고 2골차 이상으로 이겨야 하는 대표팀의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들의 교체는 득이다. 뚫어야 사는 이 경기에서 주목할 만한, 그리고 가장 믿을 만한 선수는 역시 손흥민(22, 바이어 레버쿠젠)이다.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직면한 한국은 27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코린티아스에서 열릴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H조 마지막 경기에 사활을 건다. 지긋지긋한 ‘경우의 수’는 전제가 아주 단순하다. 일단 벨기에부터 이겨놓고 봐야 한다. 그 다음 러시아와 알제리의 경기 결과를 보면 된다. 비기거나 지는 시나리오로는 16강의 자격이 없다.
한가닥 위안이 되는 것은 벨기에가 이번 경기에 전력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벨기에는 이미 2연승으로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지었다. 이번 경기에서 일부 주축 선수들을 쉬게 할 계획이다. 체력 안배와 승점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기 위한 방편이다. 다만 수비진에는 부담이 있다. 마르크 빌모츠 벨기에 감독은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공백도 존재한다.

주축 중앙 수비수이자 팀의 주장이기도 한 뱅상 콤파니는 사타구니 근육 부상으로 이번 경기 결장이 확정됐다. 빌모츠 감독이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경고 한 장이 있는 오른쪽 수비 자원 토비 알더베이럴트도 뛰지 않는다. 벨기에에서는 왼쪽 수비 자원으로 뛰는 토마스 베르마엘렌도 부상으로 결장한다. 수비진에 쥐고 있는 카드가 줄어든 벨기에다.
알더베이럴트의 공백은 좀 더 전문 풀백에 가까운 안토니 반덴 보레가 메운다. 콤파니가 빠진 중앙 수비 한 자리에는 니콜라스 롬바르츠가 대신 나선다. 두 선수도 유럽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벨기에의 확고부동한 주전 선수들은 아니다. 포백의 호흡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앞선에서 포백을 보호하는 악셀 비첼도 이번 경기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전반적으로 수비에는 불안요소가 있다는 평가다. 벨기에 언론도 그렇게 보고 있다.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잘 뛰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손흥민에게 가장 큰 기대가 몰린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활약을 해온 손흥민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로 손꼽힌다. 러시아전에서는 두 차례 슈팅이 아쉬웠으나 활발한 움직임으로 활기를 불어넣었다. 알제리전에서는 0-3으로 뒤진 후반 초반 추격의 골을 넣었다. 대표팀은 부진하지만 손흥민에 대해서는 국내는 물론 외신도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벨기에는 3명의 미드필더를 중앙에 포진시킨다. 박주영 구자철의 경기력이 아주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꺼운 중앙을 뚫어내는 것은 그다지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 수 있다. 김신욱의 경우는 장신의 다니엘 반 바이텐, 롬바르츠와의 혈투가 불가피하다. 결국 상대적으로 취약한 측면을 돌파해야 한다. 측면을 돌파해 상대 수비를 흔든다면 중앙에서도 얼마든지 기회가 날 수 있다.
콤파니 대신 포백의 리더를 맡을 반 바이텐은 경험 많은 수비수지만 노장이다. 함부르크 시절 보여줬던 넓은 공간을 커버하는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벨기에 수비진을 종횡무진 헤집는 손흥민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런 모습이 경기장에서 나타나야 한국도 희망을 붙잡을 수 있다. 좀 더 멀리 보자면 선수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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