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메네스 대신 이승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히메네스 자리에 들어온 이승화가 역전 결승타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롯데 외야수 이승화(32)가 깜짝 역전타를 터뜨리며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의 공백을 지웠다. 롯데는 이승화의 결정적 한 방으로 역전승을 가져갔고, 한화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승화에게 일격을 맞고 무릎 꿇어야 했다. 이날 경기 승부를 가른 결정적 순간.
롯데는 4-8로 뒤진 5회 무사 1루에서 루이스 히메네스가 라이언 타투스코를 상대로 우전 안타를 터뜨렸다. 그러나 타투스코의 몸쪽 공에 타구가 먹혔고 그 힘이 그대로 배트에 전달됐다. 왼쪽 손바닥 통증을 호소한 히메네스는 결국 5회 수비부터 빠졌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히메네스의 4번 타순 자리에 이승화를 좌익수로 교체 출장시켰다. 좌익수 박종윤이 익숙한 1루 포지션으로 옮기며 히메네스 자리를 대체했다. 마땅한 1루수 요원이 없는 상황에서 박종윤을 1루로 옮기고, 이승화를 좌익수로 넣어 수비를 강화하는 게 최선책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타석에서 결정적인 찬스가 이승화에게 딱 걸렸다. 7-8 턱밑까지 추격한 6회 2사 2·3루. 만약 히메네스가 있었다면 1루가 비어 있었기에 고의4구로 걸릴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이승화라면 달랐다. 이날 전까지 올해 1군 31경기에서 타율 2할1푼3리 13안타 3타점으로 빈타에 허덕인 이승화였다.
롯데로서는 히메네스의 공백이 치명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다. 한화 마운드에는 좌완 김기현이 있었다. 우타 대타 요원을 생각할 수 있었지만 김시진 감독은 이승화에게 맡겼다. 이승화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2할1푼1리라는 것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한화 배터리는 이승화와 승부했고, 그는 예상을 보기 좋게 깼다.
이승화는 1B2S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4구 파울 커트, 5구 볼, 6구 파울 커트로 끈질기게 승부했다. 이어 7구째 137km 직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 한화의 전진 수비를 뚫고 중견수 앞으로 빠져나갔고, 2~3루 주자들을 불러들였다. 9-8 역전을 이끈 짜릿한 한 방. 이날 경기 결승타로 빛난 순간이다.
경기 후 이승화는 "주자 2·3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서 한 점이라도 들어오게 하려고 했다. 배트 중심에 맞혔는데 코스가 좋아 2타점으로 이어졌다"며 "팀 승리에 기여해 기쁘다. 어떻게든 팀에 도움 될 수 있도록 내 임무에 충실히 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화는 올해 1번타자로 주목받았으나 타격 부진으로 2군 내려가는 고초를 겪었다. 지난 24일 1군에 등록된 그는 이날 결정적인 한 방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전날 문규현 부상 공백을 없앤 신본기처럼 이날은 이승화가 히메네스 부상 공백을 지웠다. 롯데가 4강 후보의 자격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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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