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과천선' 김명민은 끝내 기억을 되찾지 못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 같은 결말은 드라마가 방송 내내 전했던 메시지를 견고하게 만들어주며 의미가 부여됐다. 조기 종영 탓인지 다소 완성도는 떨어졌지만 기억상실증이란 소재는 끝까지 제 역할을 분명히 했다.
26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극본 최희라 연출 박재범 오현종) 마지막회에서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기억을 잃은 상태로 새로운 삶을 계속해 살아가는 김석주(김명민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백두그룹의 법정관리 항고심 사건을 맡게 된 김석주는 거대 은행인 골드리치와 손을 잡은 차영우펌과 두번째 대결을 펼치게 됐다. 그러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백두그룹은 회장 진진호(이병준 분)의 방만한 경영과 충동적인 대응책 등으로 인해 판결에서 불리한 입장에 서있었고, 김석주가 해결해야할 몫은 컸다.

부각된 것은 거대 은행의 횡포였다. 골드리치는 유동성 자금이 많아 금방 돈을 갚을 수 있는 백두그룹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로 인해 백두그룹의 사원들은 단체로 정리해고를 당했으며 그룹은 해체될 위기에 빠졌다. 그 속에서 차영우펌은 골드리치에 정보를 제공했고, 진진호를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뒤 회사를 매각시켜 이익을 남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다.
기억을 잃기 전 김석주는 골드리치의 일에 깊게 개입돼 있던 상태. 때문에 그는 차영우와 골드리치 사이의 관계가 담긴 과거 자신이 숨겨둔 녹음 내용을 찾아냈고, 이를 증거로 차영우를 압박했다. 동시에 진진호 회장에게는 노조에 회사 지분의 20%를 내준다는 각서를 받아내며 결과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되도록 일을 진행했다.
그렇다고 일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니엇다. 진진호 회장은 일이 자신의 뜻대로 되자 금세 말을 바꿨다. 뿐만 아니라 차영우의 입을 통해 알려진 김석주의 실체는 앞으로 그가 헤쳐나가야 할 많은 일들을 암시했다. 차영우에 따르면 김석주는 기억을 잃기 전 노조들을 합법적으로 탄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현재 노조를 돕고 있는 그가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밝혀내고 싸워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 이러한 아이러니는 그간 드라마 전개에서도 계속돼 온 김석주의 업보이자 기회였다.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하지만, 김석주는 행복했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극복했고, 아버지와의 관계는 회복됐다. 두 부자는 상처를 잊고 함께 낚시를 떠나며 미소를 지었다. 결국 김석주에게 기억상실증이란 새 삶이었다. 기억상실증에 걸렸던 그는 기업과 힘있는 사람들을 대변하던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힘없는 자들을 돕는 사람으로 거듭났다. 결국 자기 자신이 해 왔던 모든 일들을 책임지게 되겠지만, 그로 인해 새로운 삶을 선물 받은 김석주의 인생은 어쩌면 축복을 받은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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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