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과천선’ 당황스런 조기종영, 웰메이드 법정극에 남긴 오점 [종영①]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6.27 06: 34

웰메이드 법정 드라마 ‘개과천선’이 당황스러운 조기 종영으로 인해 다소 어수선하고 급한 마무리로 오점을 남겼다. 이 드라마는 ‘극사실주의’ 드라마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현실을 반영하는 요소가 많아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기획보다 2회가 줄어든 까닭에 막판에 ‘초스피드 전개’를 보였고 다소 아쉬운 마무리를 했다.
지난 26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은 법정을 배경으로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던 변호사 김석주(김명민 분)가 사고 이후 기억을 잃게 되면서 자신이 살았던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마지막 회는 석주가 여전히 기억을 찾지 못한 가운데, 인권 변호사 출신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접고 올바른 길을 걸으면서도 변호사로서 성공대로를 걷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자신이 몸담았던 차영우 펌과의 대립도 나란히 승과 패를 주고받았다. 더욱이 석주가 기업들이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만든 설계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는 차영우 대표(김상중 분)의 마지막 말은 석주가 앞으로도 자신의 과오와 힘겹게 싸워야 한다는 것을 가늠하게 했다. 다소 결말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조금은 열려 있는 행복한 결말이었다.

톱스타의 성폭행 사건으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권력 향유에 집착하는 법조계의 민낯과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 어떤 뉴스보다도 신랄하게 다뤘다. 법정에서 사랑을 하는 기존 로맨스 드라마와 달리 사람을 위한 변호사로 탈바꿈하는 석주의 혼란 속에서 한국 사회의 강자로 불리는 기업인, 정치인들과 법조인들의 유착관계를 세밀하게 그리며 시청자들의 공감과 분노를 자극했다.
특히 중반 이후 다뤄진 금융 업계의 비위와 이를 비호하는 권력은 가상 세계가 아닌 현실과 맞닿아 있었다. 현실을 입은 가상 세계였지만 개연성이 높았다. 대형 로펌과의 싸움에서 대패하며 절망하는 소시민들과 석주의 모습은 안타까웠지만 씁쓸하게도 현실과 유사해 공감이 갔다. 거짓을 진짜처럼 만들어야 하는 게 드라마라고 하는데, ‘개과천선’은 거짓과 진실의 경계가 무너진 뉴스와 같은 드라마였다.
치밀한 사전 조사와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심층적인 판단이 녹아 있는 제작진의 노력은 ‘개과천선’이라는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높이는 이유가 됐다. 현실성이 높은 사건에 녹아 있는 매력적인 인물 설정, 그리고 이런 인물들을 생생하게 연기한 김명민, 김상중, 박민영, 진이한, 김서형 등 배우들의 호연도 ‘웰메이드 사회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게 된 버팀목이 됐다.
 
무엇보다도 무거운 법정 이야기와 복잡한 사회 이면을 다루면서 웃음 장치를 간간히 넣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석주의 친구인 박상태 변호사(오정세 분)와 석주의 귀여운 우정은 그 어떤 로맨스보다 발랄하게 그려졌다. 진중한 석주가 간혹 던지는 농담과 인턴 이지윤(박민영 분)과의 선한 관계에서 오는 사랑스러운 조합도 자칫 무겁게만 다뤄질 수 있는 이야기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요소였다. 이 드라마가 다소 어려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지만 강약조절에 있어서는 탁월했고, 덕분에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에 힘이 실렸다.
물론 동시간대 3위에 머물렀고 잦은 결방으로 인해 배우 일정 조정 실패로 조기 종영의 아쉬움은 이야기가 급하게 마무리되는 인상을 남겼다. 석주와 지윤의 관계가 심층적으로 다뤄지지 못했고, 초반 다뤄진 톱스타 성폭행 사건에 비해 금융 피해와 해외 투기성 자본 잠식 사건들은 다소 성급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었던 물리적인 제약이 있었다. 당초 기획보다 2회가 줄어든 까닭에 후반부로 갈수록 대강대강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전개가 옥에 티였다.
때문에 이 드라마는 종영 전부터 시즌 2 제작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상태. 다양한 사건을 다룰 수 있는 법정 드라마인 까닭에 시즌 2로 다시 만나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물론 지상파 드라마 제작 여건상 시즌 2 제작이 쉽지 않고, 배우와 제작진을 동일하게 꾸리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벽이 있다. 그럼에도 마지막 회를 마친 ‘개과천선’은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붙들고 싶어하는 애청자들의 바람이 큰 드라마인 듯 보인다.
한편 ‘개과천선’ 후속으로는 장혁과 장나라가 주연을 맡은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다음 달 2일 첫 방송된다. 이 드라마는 우연한 당첨으로 떠난 여행에서 계략에 휘말려 하룻밤을 보내게 된 생면부지의 남녀가 임신이라는 후 폭풍을 맞게 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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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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