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호기롭게 출범했던 홍명보호가 1년여 만에 씁쓸히 월드컵 무대를 퇴장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7일 오전 5시(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데 상파울루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서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벨기에에 0-1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1무 2패, 승점 1점에 그치며 최하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 축구는 1년 전 새 출발선에 섰다. 지난해 6월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최강희 전 감독을 대신해 A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오랜 시간 한국 축구의 영웅을 자처했던 홍명보가 구세주로 나섰다.

한 달 뒤 국내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서 첫 선을 보였다. 출발부터 꼬였다. 유럽파가 없었지만 호주 중국 일본을 상대로 2무 1패에 그쳤다. 홍명보호는 9월 아이티를 4-1로 대파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듯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와 브라질을 상대로 2연패를 당하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이후 말리와 스위스를 잡았지만 본선에서 만날 러시아에 패하는 등 들쭉날쭉 경기력을 보였다.
올해 초 브라질-미국으로 이어진 전지훈련은 또 다른 시험무대였다. 유럽파를 제외하고 옥석 골라내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코스타리카, 멕시코 미국을 상대로 1승 2패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3월 그리스전은 박주영을 위한 무대였다. 실점 감각에 의문부호를 떨치지 못하던 박주영이 선제골을 터트리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기쁨도 잠시였다. 한국은 월드컵 출정식 무대였던 튀니지전서 0-1로 패한 데 이어 가나와 마지막 평가전서도 0-4 대패를 당하며 먹구름이 드리웠다.
러시아와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은 희망을 본 경기였다. 주도권을 잡은 끝에 이근호가 선제골을 넣었고, 만회골을 내주긴 했지만 1-1로 비기며 희망을 쐈다. 한층 나아진 경기력으로 기대감을 품게 했다.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알제리와 2차전서 무참히 깨졌다. 전반에만 3골을 내주는 등 수비에 급격한 균열이 생기며 2-4 완패를 당했다. 손흥민 김신욱 이근호의 활약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벨기에와 조별리그 최종전은 16강 여부를 떠나 중요한 한 판이었다. 무기력했던 알제리전 완패를 딛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해야 했다. 16강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도 험난했다. 한국이 벨기에를 2골 차 이상으로 이기고, 러시아가 알제리를 1-0으로 잡거나, 러시아와 알제리가 비기고, 한국이 벨기에를 3골 차 이상으로 이겨야 했다.
기적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은 벨기에를 상대로 이번 대회 가장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전반 막판 상대의 퇴장으로 후반 수적 우세를 잡고도 결국 골을 넣지 못했다.
지난 1년간 한국 축구는 진보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홍명보 감독과 그의 애제자들이 품었던 원대한 꿈은 끝내 수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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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