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왜 여기까지 나왔냐".
지난 26일 대전구장. 롯데와 홈경기 앞둔 한화 덕아웃에 내야수 한상훈(34)이 사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그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한상훈의 왼 발에는 깁스가 되어있었고, 다리를 절뚝이고 있었다. 지난 25일 롯데전에서 4회 수비 중 2루수 정근우와 충돌하며 왼 발목이 돌아간 탓이었다.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한상훈은 앰뷸런스에 실려 후송됐다.
한상훈은 "쓰러진 후 다리가 안 올라가서 놀랐다. 처음에는 큰 부상인 줄 알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었다"며 "2007년에도 SK 김강민과 1루에서 부딪쳐 앰뷸런스에 실려간 적이 있다. 앰뷸런스만 두 번 탔다. 가족들이 많이 놀랐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한상훈은 지난 2007년 8월11일 문학 SK전에서 베이스 커버를 하다 보내기 번트를 댄 김강민과 충돌한 바 있다.

이번에도 부상 상황은 예기치 못한 충돌에서 비롯됐다. 최준석의 타구가 높이 떴고, 한상훈과 정근우가 모두 뒤를 보며 뛰는 바람에 서로 뒤엉켰다. 한상훈은 "공만 보고 따라갔다. 외야 쪽만 생각했지 근우가 거기까지 올줄은 몰랐다"며 "근우가 다치지 않아 다행이다. 근우까지 다쳤으면 정말 큰 일 날 뻔했다. 나만 다치고 끝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오히려 미안해 한 동료를 걱정했다.
다행히 한상훈은 X-레이 및 MRI 검진 결과 골절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 한숨 돌렸다. 그러나 발목 인대가 늘어나 당분간 제대로 뛸 수 없다. 결국 26일 경기 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한화가 힘겨운 탈꼴찌 싸움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주전 유격수 한상훈의 공백은 매우 커보인다.
한상훈도 불의의 부상이지만 팀에 대한 미안함이 크다. 그는 "근우와 태균이, 광민이 등 내야수들이 다들 아픈데도 참고 뛰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나까지 빠지게 돼 미안하다. 팀이 최하위로 힘든 상황인데 감독님과 코치님들께도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것도 선수단에게 인사를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한상훈은 동료들을 믿었다. "내 공백은 다른 선수들이 충분히 잘 메워줄 것이다. (유격수를 보게 될) 광민이도 실력이 아닌 심리적인 문제였다. 최근 많이 안정되고 있으니 앞으로 잘 해낼 것이다. 시즌 초 감독님이 구상하신 유격수 송광민, 3루수 김회성 체제라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게 한상훈의 말이다.
한상훈은 27일부터 서산으로 넘어가 재활훈련을 시작한다. 그는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다. 서산에 가서 최대한 빨리 몸을 만들겠다. 다들 조금씩 지쳐있는데 내가 1군에 왔을 때 다시 힘이 될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 내가 없어도 태균이와 근우가 잘 이끌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신의 부상에도 팀부터 먼저 걱정하는 한상훈, 정말 한화밖에 모르는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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